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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번리 원정 경기에서 후반 31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번리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손흥민 포비아’가 불어닥칠 것인가.

토트넘 손흥민(28)이 4경기 연속포이자 커리어 첫 ‘가을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그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0~2021시즌 EPL 6라운드 번리 원정 경기에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와 공격 삼각 편대로 선발 출격해 0-0으로 맞선 후반 31분 헤딩 선제 결승포를 터뜨렸다. 리그 8호 골이자 시즌 10호 골(유로파리그 2골 포함)이다. 지난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그는 웨스트햄(EPL 4라운드)~LASK린츠(유로파리그)전에 이어 이날 4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커리어 최단기 두 자릿수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성한 이후 EPL 6번째 시즌을 맞이한 그는 종전 가장 빠르게 두 자릿수 득점을 해낸 건 지난 2019~2020시즌이다. 당시 공식전 20경기 만인 2019년 12월8일 역시 번리와 치른 EPL 경기에서 시즌 10호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은 단 9경기(EPL 6경기·유로파리그 3경기) 만에 10골을 채웠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EPL이 기존처럼 8월 초·중순이 아니라 9월 초에 개막했음에도 6경기 만에 8골을 집어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직전 라운드까지 EPL 득점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린 손흥민은 이날 8번째 골로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7골)을 밀어내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시아 선수 첫 EPL 득점왕을 향한 꿈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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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번리전 득점 순간. 번리 | 로이터연합뉴스

이날도 단 한 번의 완벽한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원샷원킬’ 본능을 뽐냈다. 번리 수비진은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을 뽐내는 손흥민과 케인을 저지하기 위해 미드필더와 최후방 수비가 간격을 좁히면서 블록 수비를 펼쳤다. 특히 손흥민이 공격 지역에서 공을 잡으면 2~3명이 달라붙어 거친 압박으로 돌려세웠다. 토트넘은 전반 ‘유효슛 0개’로 고전했다. 후반 중반까지 양상은 다르지 않았는데, 해결사 구실을 한 건 손흥민이다. 이번에도 케인과 찰떡 호흡이 빛났다. 후반 31분 에릭 라멜라가 차올린 코너킥 때 케인이 슬쩍 뒤로 빠져나와 문전에 밀집한 수비 시선을 유도했다. 그리고 머리로 연결했고, 왼쪽에 있던 손흥민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재차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손·케인 듀오’가 해낸 9번째 합작골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단 10개의 유효슛을 시도하고도 8골을 적중, 득점 비율이 80%에 달한다. ‘걸리면 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사우샘프턴전에서 4골을 몰아넣고 이달 초 맨유 원정에서 멀티골을 집어넣을 때도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 골문을 갈랐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손흥민이 상대 수비진의 공포 대상이 되고 있다’며 매서운 결정력을 조명했다. EPL 빅클럽 리빙 레전드도 상대 구단 ‘손흥민 포비아’에 힘을 실었다. 맨유 출신 개리 네빌은 “손흥민은 저평가된 선수다.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이상 리버풀)에 대해 자주 얘기하나, 손흥민도 그들과 같은 (월드클래스)수준”이라고 치켜세웠고, 리버풀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도 “손흥민은 스털링이나 마네가 팀을 떠나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 위르겐 클럽 감독의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발을 잘 쓰고 탁월한 스피드와 결정력을 지닌 손흥민은 어느덧 EPL 톱클래스 수비수도 ‘알면서도 당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손흥민 MVP
토트넘 손흥민이 번리전 팀 승리를 이끈 뒤 방송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번리 | 장영민통신원

손흥민은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지표와 같은 두 자릿수 득점도 5시즌 연속으로 달성했다. 그는 토트넘 두 번째 시즌이던 2016~2017시즌 21골을 시작으로 2017~2018시즌 18골, 2018~2019시즌 20골, 2019~2020시즌 18골을 각각 기록했다. 더불어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인 2012~2013시즌 12골(함부르크), 2013~2014시즌 12골, 2014~2015시즌 17골(이상 레버쿠젠)을 통틀어 유럽 커리어 11시즌을 보내는 동안 무려 8회나 두 자릿수 득점을 해냈다. 이는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보유한 아시아 유럽파 최다 시즌 두 자릿수 득점(7회)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역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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