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명호,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서 신작 전시‘드러내다’전 오는 11월 25일까지의료용 메스로 이미지 긁어낸 작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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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명호.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사진작가 이명호는 나무를 ‘호명하는’ 작가다. 그가 이름을 불러주면 평범했던 나무가 아주 특별한 나무가 된다.

‘나무’ 시리즈의 사진작가 이명호가 부산시 고은사진미술관에서 기획전 ‘드러내다’전을 통해 대표작인 ‘나무’ 시리즈를 비롯해 파사체를 사라지게 한 신작 등 30여점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명호는 자신의 작업을 ‘사진-행위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자연에 실재하는 평범한 나무의 뒤에 하얀 캔버스를 설치하는 개념미술로 국내는 물론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아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했다. 장 폴 게티 센터, 에르메스 재단, 암스테르담 사진 미술관, 호주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 등 유명 뮤지엄에서 작품을 소장한 것은 물론 대형 비엔날레 초청이나 음악가와의 협업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업은 새롭게 시작한 ‘드러내다’ 시리즈 9점이다. 작가는 ‘드러내다’와 ‘들어내다’가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해 나타나게 하는 것과 사라지게 하는 것의 두 가지 의미를 한 작업에 담았다.

이명호 작가는 “‘드러내다’ 시리즈는 흰 종이를 액자에 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린트한 사진의 이미지를 의료용 메스로 긁어내 ‘들어낸’ 작업이다. 사진 속 이미지를 벗겨내면 가루와 여백에 불과하다. 표면 너머에 숨겨진 이미지의 속살을 생각해보고자 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설명을 듣고 나면, 흰 종이가 단순히 흰 종이가 아니라 수많은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 저장소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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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 이재구 관장(왼쪽), 이명호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고은사진미술관 이재구 관장은 “이명호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캔버스-효과, 카메라-효과’ 같은 철학적 개념과 형식이 ‘드러내다’ 연작에 담겨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고은사진미술관 초대관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명호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후 학교로 돌아가면서 전시가 미뤄졌다. 수년만에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와 이명호 작가의 신작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명호, Nothing But #2, 2018, 종이에 잉크, 104x104cm
이명호, Nothing But #2, 종이에 잉크, 104x104㎝, 2018. 제공|고은사진미술관

전시장이 위치한 부산의 풍경을 담은 작업도 있다. 그레이 룸에 전시한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Nothing But) 시리즈다. 작가는 부산 다대포 바닷가에 놓인 바위 앞에 하얀 캔버스 느낌의 철판을 설치해 그 자리에 있던 바위를 ‘들어냈다’.

이명호 작가는 “‘나무’ 시리즈에서는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해 나무를 두드러지게 했다면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시리즈는 대상을 ‘들어냈다’. 대상을 비움으로써 대상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드러내고 들어내고 비우고 채우는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제 작업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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