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남자 단앤조엘 "폐지 줍는 할머니와 먹방? 한국 이해하기 위해서죠"[SNS핫스타]
    • 입력2020-10-21 06:50
    • 수정2020-10-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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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OECD 노인 빈곤율 1위, 성별 임금 격차 1위. 케이팝과 케이드라마에선 보이지 않는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국 출신 유튜버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7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단앤조엘'. 한국학을 전공한 단(다니엘 브라이트·29)과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조엘(조엘 베넷·32)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비춘다.


그들은 사라지는 시장을 기록하고 서브 컬처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조명한다. 때로는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때로는 노숙자와 먹방을 하며 그들의 삶을 듣는다. '외국인'이라는 이름표는 인터뷰이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외부인의 시선을 빌린 영상은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에 쉽게 집중하게 한다.


단과 조엘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싶어서 개인의 스토리가 궁금하다고 말한다. 부러 어려운 사람들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80세라고 하면 80년 전 한국의 현실과 역사가 인생에 들어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예요."


마포구에 위치한 단과 조엘의 단골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단이 최근 펴낸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한겨레출판사)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연신 눈인사를 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단) 저는 영국에서 온 단입니다. 한국에 온지 3년이 넘었어요. 현재 책 쓰는 일, 사진 찍는 작업 등을 하고 있고 본업처럼 '단앤조엘'이라는 유튜브 단편 다큐 영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조엘) 저는 조엘이라고 합니다. 영국 사람이에요. 단처럼 3년 전에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해 왔습니다.


Q. 어떻게 한국에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단) 영국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복수전공했어요. 같은 학과 선배인 조쉬의 '영국남자' 채널을 통해 조엘을 알게 되었죠. 조엘의 유튜브 '집시키드'에 몇 번 출연했는데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더라고요. 2017년 '영국남자' 크루들과 한국 먹방 투어를 하다 한국행을 결심했고 그해 9월 말 조엘과 첫 영상을 올렸죠.


조엘) 조쉬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고 9년 전에 한국에 왔다가 사랑에 빠졌어요. 런던에 돌아가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유튜브 정말 어려워요. 친한 친구와 할 수 있어 영광이죠.


Q. 두 분이 처음 출연했던 '영국남자'가 예능이었다면 '단앤조엘'은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다큐같아요.


단) 처음에는 '영국남자' 속 한국말을 잘하는 단 캐릭터와 웃음소리가 크고 매운 것을 잘 먹는 조엘 캐릭터로 영상을 찍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광장시장 먹방' 편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장면을 찍게 되었죠.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I love foreigner(난 외국인이 좋아)"라고 외치며 지나갔던 아저씨가 슬픈 모습으로 홀로 소주를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조엘이 정리해뒀던 장비를 꺼내더니 가보라고 했어요. 영상 뒤에 촬영분을 붙였는데 '색다른 콘텐츠다', '의미 있는 장면이다'라는 반응이 많았고, 이때 인간미라는 차별적인 특색을 잡게 되었던 것 같아요


조엘) 한국을 깊게 담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아직 한국어가 부족해 상대에게 제대로 질문할 수 없어요. 단이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단) 조엘은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특별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잘 만들어요.



Q. 폐지 나르는 할머니와 먹방, 노숙자 인터뷰 영상은 어떻게 기획한 것인가요?


단) 폐지 나르는 할머니는 동네에서 자주 뵙던 분이었어요. 식사하셨냐고 여쭈면 아직 못 먹었다고 대답하시곤 해 마음이 무거웠죠. 늘 "다음에 가자, 내가 사줘야 하는데...."라고 하시고요. 영국에선 나이 드신 분이 리어카를 끄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한국에만 있는 거고 (대화 하며) 뭔가를 배우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생겼고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죠. 오래전부터 찍고 싶었던 것이라 천천히 준비된 것 같아요.


'노숙자 먹방'은 랩퍼 딥플로우와 떡볶이 먹방 촬영을 가는 길에 기획했어요. 서울역에 노숙자가 많다고 들어 음식를 대접해드리고 싶었죠. 드시고 싶은 게 있냐고 여쭈었더니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대답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아, 그날 조엘이 택시 기사님에 대한 다큐를 찍어보자고 해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영상을 찍었어요. 하루만에 비슷한 영상미의 연결된 영상들이 탄생한 거죠.


Q. 광장시장에서도 그렇고 택시에서도 그렇고 조엘은 다큐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네요.


조엘) 해외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을 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다큐멘터리를 좋아했고요. '다크 데이즈'라고 뉴욕 앰트랙 지하 홈리스의 생활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감독이 2년 동안 그들과 생활하고 대화하며 영상을 찍었죠. 한국어로 말해도 의미가 통할지는 모르겠는데, '인간은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명받았고 자극이 됐죠.


Q. 타인의 삶에 관심을 쏟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조엘) 저는 제가 누군지 알지 못해서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사람이라 어떤 면에서는 똑같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굉장히 다르다는 게 신기하고요. 한국에선 이제까지 살았던 영국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죠.

일부러 어려움을 찾는 건 아니에요. 최근 황석영 작가와 영상을 찍었는데, 감옥에 수감되었던 당시를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개인의 특별한 성장 과정을 느낄 뿐이죠.


단) 조엘에게 많이 배웠어요. 물론 제 안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겠지만, 조엘을 통해 깨달은 거죠.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똑같을 것 같아요. 여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거나 못 하겠지만, 보는 동안은 저희와 똑같이 개인의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예요.



Q. 장소같은 경우도 한국의 화려한 곳보다는 사라지는 재래시장들을 보여주죠.


조엘) 한국에서 역사적인 체험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50년이 넘은 다방에 가기보다는 다도 체험을 해요. 깔끔하고 예쁘게 리모델링 된 곳에서요. 저는 문화를 제대로 느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두바이의 '부르지 칼리파'나 한국의 '롯데타워'는 돈과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지을 수 있어요.


단) 장소든 사람이든 촉감과 질감이 살아있는 게 좋아요. 화려하게 꾸민 것은 나라에서 만든 것이지 한국의 문화는 아닌 것 같아요.

포토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준비하며 인물 사진을 찍곤 했어요. 어느 날 거리에서 뵌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싶어 여쭈었더니 "이 얼굴은 찍으면 소용이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돈 버는 소용이랄지….


조엘) 상처가 스토리예요. 저도 다리에 큰 상처가 있어요. 사람들이 볼 때마다 물어봐요. 그러면 상어에게 물렸다고 대답하죠. 하하.


Q. 다른 나라의 언어로 타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단) 언어는 쓸수록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어가고 소통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한국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문화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요.


Q.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과 꼭 식사를 하더군요.


단) 사람들이 인터뷰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보긴 어려워요. 그냥 한 끼를 먹으며 대화하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조엘) 영국과 한국 문화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꼭 '밥 먹었어?'라며 인사하잖아요. 시간이 맞으면 밥을 먹으러 가고요. 영국에서 '밥 먹으러 갈까'는 시간을 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뜻이에요. 두 가지 문화를 비빈 거죠.


Q. 단은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라는 책을 썼어요.


단) 많이 사주세요. 하하. 2년 전 정세랑 작가 인터뷰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걸 보시고 출판사 측에서 제안이 왔죠. 유튜브를 하며 갔던 장소, 먹은 음식, 만난 사람들에 관해 쓴 책이에요. 유튜브에 관심이 많은 분도 책을 좋아하시는 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장모님께서 며칠 만에 다 읽으시곤 단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겠다고 하셨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단) 사람들에 대해 계속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올해 목표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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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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