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이형종, 선제 투런 댄스 세리머니
LG 이형종이 지난 9월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와 LG의 경기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KT 선발 김민수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댄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기준선부터 뚜렷하지 않다. 그 누구도 명확하게 불문율을 설명하지 못한다. 매너를 준수해야 하는 점수차가 몇 점인지 모르며 경기 후반 백기투항 시점도 불분명하다. 세리머니 허용 범위도 그렇다. 문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 사이 그라운드에 오르는 선수들의 마인드와 함께 야구팬들의 시선도 크게 변했다. 배트플립과 세리머니가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ML)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이제는 ML에서도 배트플립은 큰 이슈가 아니다. 과도한 제스처만 취하지 않는다면 투수의 삼진 세리머니처럼 경기의 일부분으로 인식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그렇다. 뜨겁게 진검승부를 펼치면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한다. 지난 19일 LA 다저스 코디 벨린저의 배트플립이 그랬다. 벨린저는 7회말 결승포를 터뜨리면서 배트를 던졌다. 경기 후 현지언론은 물론 애틀랜타 구단까지 아무도 벨린저의 배트플립을 문제삼지 않았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빅리그에서 33년 동안 몸담은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이를 두고 “진화의 결과”라고 정의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야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변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ML도 마찬가지다. 내가 ML에서 현역으로 뛸 때와 지금 ML는 많이 다르다. KBO리그처럼 ML도 젊은 선수들은 배트플립에 오픈마인드다. 그렇다면 나같은 올드스쿨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윌리엄스 감독은 ML에서 배트플립이나 과도한 세리머니가 금기시됐던 것과 관련해 “야구는 선수들의 게임이다. 감독의 게임이 아니다. 감독은 선수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파악하고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불문율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 윌리엄스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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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코디 벨린저(오른쪽)가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후 배트를 던지고 있다. | AFP 연합뉴스.

KBO리그 최고령 사령탑 LG 류중일 감독도 윌리엄스 감독과 궤를 같이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티타임을 통해 불문율을 논의한 류 감독은 “불문율에는 정답이 없다. 교과서처럼 나와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과거 내가 현역으로 뛸 때와 지금은 벤치 모습부터 완전히 다르다. 내가 선수로 뛸 때 지금의 벤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 때는 세리머니 자체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선수들에게 ‘하지 말아라’고 할 수는 없다”며 “야구는 선수들의 게임”이라는 윌리엄스 감독과 같은 곳을 응시했다.

올해 KBO리그는 이례적으로 전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지난 5월 5일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수백여 국가에 채널망을 보유한 ESPN은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KBO리그를 방영한다. 이전부터 ‘배트플립 문화’로 주목받은 KBO리그가 실시간으로 넓게 퍼져나가면서 배트플립에 대한 ML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야구의 진화’가 미국과 한국을 두루 거치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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