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제공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제공|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스포츠서울] 세컨드하우스와 전원라이프를 보면 반응이 극명하게 나뉜다. ‘절대 섣불리 사지 말라’, ‘사는 순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직접 살아보니 정말 좋고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세컨드하우스로 왔다 갔다 한 지 11년이 넘었고 정착한 지는 4년이 다 돼가는 필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필자는 수도권 내 전원주택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양평에서 공인중개사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의견을 듣게 된다. 전원주택에 대해 좋지 않은 추억을 남긴 이들이 적지 않았고 전원생활을 비교적 소형주택으로 작게 시작하거나 전세로 시작했다가 만족스러워하며 완전히 정착한 분들도 제법 된다.

전원주택을 사지 말라는 대표적 이유 5가지 중 첫 번째는 집 짓는 것은 물론 하자발생 때문에 고생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전원생활이라 문제라기 보다 한 번도 집을 지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도시권 내 단독주택, 꼬마빌딩, 상가주택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그래도 좋은 집을 지으려면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 집 짓는 복잡한 과정을 전부 알긴 어렵더라도 괜찮은 집의 기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사는 순간 팔리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전원주택 사이에서는 잘 팔리는 집과 안 팔리는 집이 극명하게 나뉜다. 같은 마을에 있는 두 집 중 한 집은 3년간 안 팔리는데 다른 집은 두 번이나 거래가 잘 일어난 경우도 봤다. 설계, 내외장재, 인테리어 등등 여러 가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가격대비 잘 나온 집은 금방금방 거래가 이뤄진다.

세 번째는 벌레가 많다는 말이다. 전원생활하면서 독특한 곤충도 보고 벌레가 많다고 느끼긴 하는데 마당이나 정원 등 야외를 포함해 소유하는 면적이 넓어서 그렇지 집에 하자가 있거나 문을 열지 않은 이상 집 안에 특별히 벌레가 더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강 같은 도시 산책로나 놀이터, 공원 등 도시권의 불빛 아래에 훨씬 많은 유충들이 달려든다.

네 번째는 편의점, 병원 등 주변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는 말이다. 이는 단점보다는 전원주택의 특성이라고 봐야 한다. 공기 좋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의 생활을 선택할 땐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가끔 전원주택에서 역세권을 찾는 분들이 있는데 걷거나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라면 전원생활에서 역세권은 소음과 진동 때문에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잔디를 포함해 관리할 것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잔디를 관리하기 힘든 사람은 아주 소량만 깔면 된다. 그리고 요즘엔 자갈로 까는 경우도 많다. 선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대로 전원주택을 찾거나 만족한 분들의 대표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공기가 좋다, 아이들 혹은 반려견이 뛰어 놓기 좋다, 주변의 시선과 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 하루하루가 휴양지에 놀러 온 기분이다, 삶의 질이 올라간 기분이 든다 등이다. 장점에 대한 부분은 각자 느끼는 로망에 관련된 부분이기에 크게 좋다고 어필하거나 특별히 아니라고 부정할 부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전원생활에 있어 단순 로망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말은 필자 역시 200% 찬성한다. 이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불편함과 느림을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가끔 TV나 SNS방송에 부동산 전문가라고 나온 분들이 전세나 월세를 살아보고 선택하라는데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조언이다. 가뜩이나 괜찮은 집 찾기가 힘든 전원주택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 중 괜찮은 집이 마침 운 좋게 뚝 떨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년 동안 찾아도 시간만 낭비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전원생활과 비슷한 체험을 즐겨보고 본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자연친화적으로 유사한 캠핑이나 여행, 텃밭체험을 해보고 그게 즐거웠을 때 전원생활도 즐거울 확률이 높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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