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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맷 윌리엄스 감독(왼쪽)과 LG 류중일 감독. | LG 트윈스 제공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류중일 감독과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야구 불문율을 두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둘은 불문율의 원칙대로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기를 바랐다.

류 감독은 1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전날 윌리엄스 감독과 따로 만난 것을 돌아봤다. 그는 “윌리엄스 감독이 나를 통해 KBO리그를 이해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사실 코로나19가 없을 때는 개막 이전 미디어데이나 골든글러브 시상식 같은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감독들이 모이고 회의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런 자리가 열리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윌리엄스 감독과 자리를 마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발단은 지난 16일 잠실 경기였다. 당시 LG는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런앤드히트를 시도했다. KIA 더그아웃에서 이를 문제삼았고 윌리엄스 감독은 보다 정확한 KBO리그 불문율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7일 경기 전 류 감독을 찾았다. 류 감독은 “윌리엄스 감독에게 우리 불문율을 얘기하면서 나도 메이저리그(ML) 불문율을 알게 됐다. ML가 더 엄격하더라. ML에서는 7점차 이상, 볼카운트 3-0에서 스윙을 못하게 하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나도 KBO리그에 어떤 불문율이 있는지 설명을 했다. 결국 불문율도 ML를 통해 배우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또 정답이 없는 문제다. 교과서나 매뉴얼화 돼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류 감독은 과거 주루 코치 시절을 회상하며 “예전에 삼성에서 3루 코치를 할 때 더그아웃에서 1루 주자를 뛰게 하라고 사인을 냈다. 그런데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어 안 된다고 내가 도루를 막았다. 당시 경기 후 감독님께서 ‘그러면 네가 감독해라’고 하신 게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 때 뛰었으면 이후 이승엽이 빈볼을 맞을 뻔 했다”고 불문율을 지킨 기억을 떠올렸다.

윌리엄스 감독은 “류 감독님이 KBO리그에서 선수, 그리고 지도자로서 경험이 많으시기 때문에 직접 질문을 드렸다. KBO리그를 더 이해하고 싶었다”며 “경기는 진화한다. ML도 최근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젊은 친구들은 배트플립에 대해서도 오픈마인드다. 나 같은 올드스쿨을 젊은 친구들이 꼬집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우리 같은 올드스쿨이 젊은 층의 요구에 적응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나는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싶지 않다. 볼카운트 3-0 스윙 여부와 관련해서는 우리 코치들과 의견을 나눴고 KBO리그에서는 엄격하게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 류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KBO리그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감독님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보다 정확하게 KBO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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