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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김영재라는 배우로 기억되는게 아닌 다음 작품을 했을 때 그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게 오래 연기하고 싶다.”

배우 김영재가 tvN 드라마 ‘비밀의 숲2’(이하 비숲2) 종영 인터뷰에서 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종영한 비밀의 숲2는 배우 김영재의 이름을 각인시킨 선물 같은 드라마였다. 2001년 데뷔 이래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벌써 20여년째 꾸준히 연기의 폭을 넓혀온 그에게 있어 이번 드라마는 많은 여운을 남긴 특별한 작품이 됐다.

특히 그가 맡은 김사현이라는 인물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검찰 측 법제형사단 부장검사다. 김사현으로 변신한 김영재는 적당히 선을 지키며 유연하고 강단있게 인물을 잘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 초반 황시목(조승우 분)에게 다소 꼰대스럽고 까칠하게 굴지만 나중에는 잘못된 일을 저지른 선배 우태하(최무성 분)를 꾸짖고, 옳은 길로 가는 후배 황시목을 응원해주는 따뜻한 면모를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실 그는 법조계 역할에 익숙하다. 올해 초 방영된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도 정직한 성품의 엘리트 판사이자 윤희재(주지훈 분)의 형 윤혁재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대사에 어려운 재판 용어들이 많아 촬영 전 법원을 들락날락거리며 실제 재판 모습을 참관하는 열정을 보였는데, 그는 ‘비숲2’때 연기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김사현이라는 캐릭터는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복합적인 양면성을 지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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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는 “하이에나때 판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법원을 자주 드나들며 많은 재판을 참관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의 여러 군상을 살펴보고 관찰하면서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이에나 윤혁재는 명확하게 정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못했다면 비숲의 김사현은 오히려 유연한 인물이다. 꼰대스럽고 장난기있는 표정도 짓지만 오히려 더 실속있게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정의로운 척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점을 살려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승우, 최무성 배우와의 호흡도 수월했다. 그는 “조승우 배우는 정말 연기 베테랑이다. 자연스럽게 황시목으로 몰입하더니 무슨 대사를 치든 편하게 잘 받아줬다. 최무성 형과도 큰형한테 대하듯이 편안하게 호흡이 맞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역경없이 반듯하게 살아왔을 것 같은 김사현의 이미지와는 달리 김영재의 실제 삶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20년동안의 긴 무명생활을 겪으면서 슬럼프가 왔던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 동료배우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 김영재는 “비교적 무난하게 연기를 해왔는데 어느 순간 연기를 때려치고 싶을 때가 생겼다. 당시 이정은 배우(누나)가 제 연기 선생님이었는데 삶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다. 당시 누나가 넌 할 수 있다며 믿어줬었다. 또 누나 덕분에 정지우 감독님에게 오디션 제안을 받아 사랑니에 캐스팅도 됐다. 그때부터 새출발을 했던 것 같다. 작품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와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릴 적 그의 롤모델은 한석규였다. 한석규의 혼신이 담긴 연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싹트게 됐다. 그는 “원래 감독이 꿈이었다.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축제 때 편집한 영상을 상영하면서 더욱 재미를 느꼈고, 영화연출까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중앙대 신방과에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 쪽은 언론 관련된 곳이었더라. 연극영화과에 갔어야했는데 잘못 들어갔다. 잠깐 TV 청년내각 PD로 활동하며 방송국 간접경험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군 제대 후 우연히 한석규 선배님이 나온 쉬리를 보고 감명을 받아 그때 다시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가 맡아온 작품은 사랑니 이후로 로맨스물이 많았는데, 사실 그가 맡고 싶은 작품은 장르물이었다.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그에게 비밀의 숲은 연기 갈증을 씻어줬던 단비가 됐다. 김영재는 “사랑니 이후로 로맨스물 배역이 많이 들어왔는데, 붉은달 푸른해에서 불륜남 역할을 맡은 이후로는 또 그런 쪽 역할이 들어오더라. 원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와중에 비밀의 숲 작품이 들어와서 너무 반가웠다. 보석 같은 작품이다. 차기작으로 장르물, 수사물, 오피스물 등 멜로가 들어가있지 않은 장르가 좀 더 끌린다. 멜로는 좀더 충전한 다음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연기자들은 연기를 맡은 이후 그 캐릭터를 벗겨내는 작업을 한다. 캐릭터를 지워내야 새로운 캐릭터를 채울 수 있어서다. 김영재는 인터뷰 내내 김사현을 떠올리며 신이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떠나보내야하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김영재는 “몸과 마음이 힘든 역할을 맡으면 빨리 털어내야 충전이 된다. 제가 맡은 김사현의 경우 아직까지 남아있어도 너무 즐겁다. 저에게 의미있는 캐릭터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사현이를 떠나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사진 제공|U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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