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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오래된 사무실의 누수·악취·곰팡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공익제보를 한 직원 2명에게 각각 ‘정직·감봉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KT 측은 징계 의결 이유에서 공익제보와는 무관한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위’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위에 대해 ‘혐의 없음’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KT는 공익제보를 한 직원 2명에게 ‘없는 죄’를 씌워 부당하게 징계를 내린 꼴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측은 부당징계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폭언·갑질’은 어디에도 없었다

KT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위를 했다며 공익제보를 한 직원 2명에게 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갑질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등은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았다. 협력사 직원들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해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검찰 조사결과도 나왔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KT경기중앙빌딩 관리업체인 케이티에프에스와 직원 장 모씨는 지난 6월 공익제보를 한 KT 직원 2명을 ‘폭언, 갑질 등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의정부경찰서에 고발했고 KT 직원 2명은 지난 7월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KT직원 2명은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혐의 없음’ 결과를 통보받았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를 보면 ‘CCTV 등을 수사한 결과 피의자들이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로 위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유를 명시했다. 이는 당시 KT 직원 2명이 협력사 직원에게 폭언·갑질 등 위력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KT가 공익제보를 한 직원에 보복성 징계를 하기 위해 없는 죄목을 만들어 씌운 셈이다. 본지가 지난 8월 입수한 협력사 직원들(KT경기중앙빌딩 관리소장, 미화원)과 KT 직원의 대화 녹취록에서도 관리소장 정 씨가 “KT에서 시킨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KT의 보복성 징계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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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가 고발한 ‘폭언·갑질 등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대한 의정부지방검찰청의 ‘혐의 없음’ 결과 통보서.

◇ 부당징계, 책임은 누가 지나

혐의가 없다는 판결이 났지만 KT 직원 2명은 검찰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각각 ‘정직·감봉 3개월’이란 중징계로 고통받고 있다.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직원은 의정부에서 경기도 고양시로 전보 발령까지 나면서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징계를 내린 KT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KT 측에서 시켜서 고발했다던 협력사와 그 직원 역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누수·악취·곰팡이로 얼룩진 사무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직원들은 없는 죄로 인해 억울하게 죄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지난 7월 27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해 갑질행위가 없었다고 수차례 진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 민주노조 관계자는 “지난 징계의결 당시 회사 측에 ‘직원들은 폭언·갑질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왜 협력사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징계를 내리느냐.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검찰 결과가 나온 후에 징계를 내려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면서 “KT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없는 죄를 씌워서 무리하게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KT 측에 이들 직원의 ‘혐의 없음’ 처분과 징계 철회 등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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