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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25일 북마케도니아 슈켄디야와 유로파리그 3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 해리 케인과 골을 합작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스코페 | 로이터연합뉴스

[런던=스포츠서울 고건우통신원·김용일기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슬로스타터’ 이미지를 벗고 초반 골폭풍을 몰아친 손흥민(28·토트넘)이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다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손흥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 뉴캐슬과 홈경기에 선발 출격했으나 전반 45분만 뛰고 물러났다. 애초 주제 무리뉴 감독의 선수 보호를 위한 선택으로 여겼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선발 요원으로 함께 나선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와 다르게 이틀 전에 열린 유로파리그 3차 예선 북마케도니아 슈켄디야 원정 경기에도 선발로 뛰었다. 뉴캐슬전 사흘 뒤 ‘런던 라이벌’ 첼시와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전도 예정돼 있었던 만큼 물오른 골감각의 손흥민을 아낄 만했다. 더구나 이날 토트넘은 전반 25분 손흥민의 패스에서 시작, 케인의 크로스를 모우라가 선제골로 연결하면서 후반을 맞이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했다. 우선 무리뉴 감독의 성향 자체가 아무리 빡빡한 일정이라고 해도 중대한 초반 레이스에서 주력 요원을 아끼진 않는다. 손흥민의 체력 안배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도 최소 후반 초반까지는 뛰게 했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전엔 토트넘 관계자에게 미리 확인 요청을 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재진은 미디어석을 벗어나 활동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경기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비보가 날아들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조기 교체 이유를 두고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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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앞두고 워밍업하고 있다. 런던 | 고건우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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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뉴캐슬전에서 전반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런던 | 고건우통신원

안타깝게도 예고된 부상이나 다름이 없다. 손흥민은 최근 2주간 토트넘이 치른 5경기에 모두 선발로 뛰었다. 지난 14일 에버턴과 EPL 개막전부터 25일 슈켄디야전까지는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뉴캐슬전 45분을 더하면 405분을 순식간에 뛴 것이다. 단순히 뛴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장거리 원정도 두 번이나 포함됐다. 에버턴전 직후 나흘 만에 유로파리그 2차 예선으로 왕복 5200㎞가 넘는 불가리아(플로프디프) 원정을 다녀왔다. 다시 이틀이 지나 사우샘프턴과 EPL 2라운드 원정을 떠난 손흥민은 ‘한경기 4골’ 원맨쇼를 펼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또 왕복 5000㎞가 넘는 북마케도니아(스코페)를 오갔다. 불가리아나 북마케도니아 모두 비행기로도 왕복 6시간 걸리는 곳이다. 슈켄디야전에서 무리뉴 감독이 체력 소모를 우려해 손흥민을 향해 “뛰지 마”라고 외칠 정도였다.

사실 손흥민은 시즌 개막 전부터 온전한 체력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시즌이 7월 말이 돼서야 종료됐는데 손흥민은 누구보다 가파른 막판 레이스를 펼쳤다. 한 시즌 최다공격포인트(30개·18골12도움)과 단일시즌 첫 EPL 10골·10도움 기록을 썼다. 그리고 국내에서 짧은 휴가를 보낸 뒤 8월 중순 런던으로 날아가 프리시즌 평가전 4경기를 치르고 새 시즌을 맞았다. 이 기간 해리 케인 등 또다른 주력 선수는 휴가 직후 자가격리로 몸을 정비했다. 프리시즌부터 사실상 팀을 홀로 이끌었고, 새 시즌 초반 팀 내 최다골(5골)을 터뜨리며 제몫을 했다. 하지만 그는 철인이 아니다. 햄스트링 부상은 피로 누적이 근본 원인이다. 예고된 부상을 미리 막지 못한 게 컸다. 햄스트링은 찢어진 근육이 붙는데만 최소 3주 이상이 소요된다. 햄스트링 근력이 떨어지면 십자 인대 파열 등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완벽한 회복이 관건이다. 손흥민으로서는 조급해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통해 향후 부상 재발을 막는 게 우선 과제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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