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
최고의 데뷔시즌을 보내고 있는 소형준. 제공 | KT위즈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그야말로 최고의 데뷔시즌이다.

KT 슈퍼루키 소형준(19)은 데뷔시즌부터 꽃길을 걷고 있다. 구단에서 준 기회를 꽉 붙잡고 승승장구하며 KT를 넘어 한국야구를 짊어질 대들보 투수로 성장했다. 그의 빛나는 행보 하나하나가 야구팬을 설레게 했고, KBO 역사의 발자취가 됐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맞는 데뷔시즌이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5월 8일 두산전에서 KBO 역대 8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되며 쾌조의 출발을 한 소형준은 8월 한 달간 빛나는 활약(4승, 평균자책점 1.57)을 바탕으로 역대 2번째 고졸 신인 월간 MVP를 수상했다. 9월 12일 한화전에선 역대 9번째로 고졸 신인 10승 투수가 됐고, 올시즌 토종 투수 중 처음으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10승 달성으로 신인왕 수상 가능성도 대폭 올라갔다. 이변이 없는 한 신인왕 수상으로 2020시즌을 화끈하게 마무리할 전망이다. 화려한 피날레를 예약해 둔 소형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뷔 시즌 풀타임, 쉽지 않네요

아마추어 무대와 프로 무대는 전혀 다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소형준도 프로 데뷔시즌부터 풀타임 선발로 뛰며 느낀 것이 많다. 그는 “아마추어 때와 확실히 다르다. 아마추어는 대회를 마치고 쉬는 기간이 있는데 프로는 쉼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컨디션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시즌 초반과 달리 갈수록 회복 시간이 느려지더라. 한 시즌을 소화하면서 컨디션이 안좋을 때도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운영 능력을 법을 배워야겠다고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소형준
소형준. 제공 | KT위즈

◇능구렁이

KT 이강철 감독이 가장 높이 사는 소형준의 능력이 바로 ‘경기 운영 능력’이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다고 가정할 때 선발 투수는 대략 30경기 정도 선발 등판할 수 있다. 매번 컨디션이 좋을 수 없지만 핑계로 댈 순 없다. 이때 경기 운영 능력에서 성적이 갈린다. 각 팀 사령탑이 선발 투수의 제1덕목으로 경기 운영 능력을 꼽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점에서 소형준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약점을 커버했다. 소형준은 “딱히 비결이라고 할 건 없다. 어렸을때부터 똑같이 해왔고, 프로에서도 하던대로 하려고 한다”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좀처럼 마운드위에서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도 소형준의 장점 중 하나다. 소형준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던질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인에게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노련함이 느껴졌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소형준은 함께 꽃길을 만들어준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땅볼 유도형 투수인 소형준은 올시즌 KT 수비시프트의 도움을 많이 받는 투수 중 한 명이다. 뒤를 든든히 지키는 야수들이 없었다면 소형준의 지금 성적도 없었을 것이다. 소형준은 “코치님이 시프트를 극단적으로 활용할거라면서 ‘나에게 더 좋은쪽으로 작용할 것이니 안타가 되더라도 흔들리지 말라’고 하셨다. 시프트 도입 후 얼마 안돼 안타성 타구를 (심)우준이형이 잡고 아웃시켰다. 그때부터 야수들을 믿고 던지게 됐다”면서 든든하게 뒤를 받친 선배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장성우도 소형준의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다. 소형준은 “밥도 많이 사주시고 잘 챙겨주신다. 경기 중에도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로 표현을 못했지만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 소형준, 8승 달성
KT 선발투수 소형준(가운데)이 경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난 아직 배고프다

소형준은 시즌 개막 전 인터뷰에서 데뷔시즌 목표로 10승과 신인왕을 내걸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신인의 당돌한 포부라고 느껴졌지만,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소형준은 “두 가지 목표 중 10승을 이뤘으니 이제 신인왕에 오르는 것만 남았다. 프로와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밌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느슨해지지 않겠다. 팀이 순위 싸움하고 있으니 개인 욕심보다 팀이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매경기 도움이 되기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승수를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고졸 신인으로 조규수, 오주원(이상 10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소형준은 승수를 추가할때마다 대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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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소형준.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포스트시즌? 실감은 안나지만…

KT는 올시즌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높다.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소형준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힘차게 공을 던질 예정이다. 소형준은 “아직 시즌 중이라 포스트시즌에서 던지는 상상은 해보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이 단기전이다보니 타자들의 집중력도 정규시즌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다닐 때 TV로 포스트시즌을 보면 확실히 투수가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만약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서게 된다면 상대 타자와 승부만 생각하면서 집중력있게 던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가을야구 무대에서 던지는 모습을 그렸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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