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탐정

[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조연과 악당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던 좀비가 ‘인간다움’을 입고 주인공이 돼 부활했다.

2016년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창궐’(2018), ‘기묘한 가족’(2018), ‘킹덤’(2019), ‘#살아있다’(2020), ‘반도’(2020) 등 다양한 좀비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제는 안방까지 찾아왔다. 현재 방송중인 KBS2 ‘좀비탐정’의 심재현PD는 “기존 드라마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템을 찾고 싶었다”면서 “낯설지 않은 좀비 소재에서, 좀비를 주인공으로 세워 차별을 두고자 했다”고 말했다.

B급코드로 무장한 ‘좀비탐정’의 좀비 무영(최진혁 분)은 수 많은 유머 코드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TV 드라마에서 좀비가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 받은 무영이 인간을 피해 도망치는가 하면 얼굴 흉터를 가리기 위해 얼굴에 BB크림을 덕지덕지 바른다. 또 곱창가게 앞에서 좀비 분장 댄서로 오해 받은 그가 호객 행위를 위해 좀비 댄스를 추기도. 이렇게 좀비 무영이 인간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웃음을 유발한다.

좀비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생존기가 아닌, 좀비가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는 분투기이기 때문에 ‘좀비탐정’은 특별했다. 과거 좀비는 죽여야 할 존재, 악당이었지만 안방극장 좀비를 색다르다. 그들은 인간적이고 유쾌했으며 인간들과 공생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좀비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 좀비를 도륙하고 사냥하는 폭력적인 부분이 많았다면 한국의 좀비는 더 인간적인 대상이다”고 봤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좀비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간은 좀비보다 더 잔인하다. 역설적이게도 ‘좀비탐정’ 주인공 공선지(박주현 분)가 유괴범을 쫓는 과정에서 만나는 범죄자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인간성을 저버린 인물이다. 인간성을 저버린 인간들과, 인간성을 되찾고 싶은, 인간다워지고 싶은 좀비 무영이 대조를 이루는 순간이다.

심재현PD는 “좀비 김무영은 인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좀비”라며 “인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좀비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해보고 싶었다. ‘인간다움은 무엇일까’를 함께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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