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하다" 드래프트 이후, 36년 경력 고교야구부 감독의 한숨
    • 입력2020-09-22 12:06
    • 수정2020-09-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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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유신고 이성열 감독.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매년 이맘때쯤 되면 마음이 심란합니다.”

올해로 지도자 생활 36년째에 접어든 노(老) 감독의 목소리에선 착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 21일 열린 KBO리그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총 100명의 선수들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오면서 지명을 포기하는 구단이 나올수도 있다는 일부 시각이 있었지만 10개 구단 모두 10라운드까지 각 10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856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9명,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8명 등 총 1133명이었다. 경쟁률은 약 11:1에 달했다. 100명의 선수들은 바늘 구멍을 뚫고 프로행의 감격을 맛봤다.

1995년 부임해 26년째 유신고를 이끌고 있는 이성열 감독(66)도 제자들이 프로 구단에 지명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2차 1라운드에서 지명된 김기중(한화)과 김주원(NC)를 비롯해 5라운드 44순위로 KIA에 지명된 이영재까지 총 3명의 선수를 프로로 보냈다.

제자들의 프로행이 반갑기도 했지만 이 감독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제자보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방한 제자들이 더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스포츠서울과 연락이 닿은 이 감독은 “사실 매년 이맘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드래프트를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프로 입단이 불발된 선수들이 더 마음에 걸린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고교야구부 감독을 수행하면서 수 많은 제자들을 프로 무대로 보냈지만 여전히 취업 시장 문턱을 넘지 못한 제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는게 이 감독의 솔직한 마음이다.

이 감독은 “손자뻘 되는 아이들이 지명받지 못해 기죽어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며칠동안 마음이 심란하다. 이제 대학 수시 모집 기간이다. 미지명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로 상담을 해야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해주는 말이 귀에 들어오겠나. 빨리 잊어버리고 털어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고교 졸업 후 미지명된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해 다음 기회를 노리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감독은 “어떤 선수가 프로에 가고 어떤 선수가 가지 못하면 세상은 그 선수들을 놓고 비교를 한다. 사회적 시선이 선수들을 더 힘들게 한다. 나는 그저 선수들이 더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만 잡아줄 뿐”이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제자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도자 생활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에게도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매년 가을은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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