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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제120회 US오픈 3라운드 18번홀에서 6차례 퍼트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 대니 리. 사진 스포츠서울 문상열 전문기자

[LA=스포츠서울 문상열 전문기자] PGA 투어 대니 리(이진명)의 US오픈 3라운드 6차례 퍼트로 뒷말이 많다.

한국의 모 방송은 제120회 US오픈 동영상 제목에 ‘몰상식한 행동으로 눈쌀을 찌푸리게 한 대니 리’라고 달았다. 골프를 흔히 ‘신사의 게임’ ‘매너의 게임’‘매너의 게임’이라고 부르니 그 시각으로 보면 그럴 만하다. 하지만 미국의 구글 사이트에서 대니 리를 검색하면 대부분이 ‘좌절한(frustrated) 대니 리의 6퍼트’다. GOLF.com의 동영상 제목은 ‘US오픈 프로 선수의 논란이(controversial) 된 6퍼트’다. 포기하다시피하면서 성의없이 퍼트하는 장면이 프로 선수로서는 논란이 된다는 의미일 게다.

대니 리는 3라운드 18번홀(파4 469야드)에서 1.2m의 짧은 퍼트를 무려 6차례 왔다갔다하면서 9타로 홀을 마무리했다. 이후 4라운드를 포기하고 기권을 선언했다. US오픈이 벌어지는 뉴욕의 윙드풋 코스를 자세히 알았다면 몰상식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쓸 수는 없다. 골프는 때로는 쉽지만 때로는 너무 어렵다.

US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코스를 가장 어렵게 조성한다. USGA(미국 골프협회)의 남자 US오픈 슬로건이 ‘파를 막아라’다. 페어웨이는 개미 허리, 러프는 빠지면 거의 죽음이고, 그린은 ‘유리알 그린’으로 유명세를 타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오거스타 내셔널을 뺨친다. 특히 윙드풋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우승자는 언더파로 트로피를 품에 안는다.

이번 대회를 시청한 골프팬들은 프로들이 윙드풋에서 퍼팅을 어떻게 시도하는지 알 수 있다. 라이도 일정하지 않고 그린이 워낙 빨라 살짝 갖다대는 정도의 힘 조절을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그린에 올라 절절맨다. 2015년 워싱턴 주 챔버스 베이에서 더스틴 존슨은 2m도 안되는 짧은 퍼팅을 3차례 만에 성공해 우승을 놓쳤다. 심장이 약해서가 아니고 US오픈에서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니 리가 일반 코스에서 3라운드 18번홀과 같은 플레이를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US오픈의 윙드풋 코스다. 미국의 주류 언론이 비매너보다는 윙드풋 코스여서 좌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대니 리는 최종 라운드를 포기한 댓가로 2400만 원(21,229 달러)을 손해봤다. US오픈은 메이저 대회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1,250만 달러(145억4300만 원)다. 컷오프를 통과해 최하위를 기록해도 2400만 원을 받는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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