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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피트니스스타 화성’에서 머슬 시니어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신영무를 아내이자 트레이너인 한솔 씨가 축하해주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무대 위의 건장한 사나이. 정중앙에 위치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완벽한 근육을 뽐내고 있지만 시선은 멀리 객석을 향하고 있다. 객석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달라는 듯 연신 눈길을 보낸다. 여인은 이에 응대하듯 여러 수신호로 화답하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신영무(38). 머슬 부문에서 대한민국 최고라며 칭송받고 있는 보디빌더다. 여인의 이름은 한솔(29), 유명 대회에서 수많은 그랑프리를 수상해 ‘살아있는 여제’로 불리고 있다.

지난 8월 23일 경기도 화성에서 ‘2020 피트니스스타 화성’이 열렸다. 올해 2월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번 대회에는 부부가 아닌 스승과 제자로서 대회에 참가했다. 2년여의 공백 기간을 딛고 머슬 시니어 부문에 출전한 신영무는 1위를 차지했다. 내심 그랑프리를 노렸지만 후배들에게 포디움을 양보했다. 신영무는 “후배들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 그랑프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후배와 제자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기쁘다”며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해서 아내이자 트레이너인 한솔에게 즉석 지시를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도 꾸미고 일도 함께 해서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보디빌더와 피트니스모델의 결합은 놀라운 시너지를 냈다. 대회 때마다 두 사람이 만든 피트니스단체 ‘소울휘트니스’의 제자들이 그랑프리 등 주요 상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 대회가 끝난 후 스승들과 제자들이 황금빛 우승트로피를 앞에 두고 포토타임을 진행하는 것은 ‘소울휘트니스’의 시그니처 행사가 된지 오래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에서 부부로 거듭난 신영무-한솔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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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피트니스스타 내셔널리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한솔의 화려한 자태.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대회에서 신영무 선수가 한솔 씨를 계속 쳐다봤다.

무대 밑에서 무대 위를 보면 조명 각도에 따라 몸이 달라 보인다. 힘이 덜 들어가는 부위가 있을 수도 있고, 그걸 밑에서 솔이가 코치해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이를 봐야 내게 자신감이 생긴다.(신영무 이하 신)

- 피트니스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무용을 전공해서 운동을 조금씩 했는데,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한솔, 이하 한)

수능을 본 후 매일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만 했다. 건강이 나빠져 보디빌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공도 모델학과여서 도움이 됐다.(신)

- 두 사람의 인연이 궁금하다.

2014년 한 헬스클럽에서 만났다. 남편이 3개월 동안 쫓아 다녔다. 학교에서 ‘무용계의 성유리’라며 칭찬받았는데, 남편이 첫 눈에 반했다고 하더라. 예쁜 몸을 만들어주겠다며 운동으로 적극 유혹했다. 2014년부터 남편에게 지도를 받으며 선수로서 꿈을 키웠다. 5년여 가까이 함께 대회를 뛰고, 일하면서 정이 들었다. 함께 많은 희로애락을 겪었다. 그러다 지금의 ‘소울휘트니스’를 차리면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잡혔다. 연애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9년 내가 남편에게 먼저 프로포즈를 해 지난 2월에 결혼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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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피트니스스타 내셔널리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한솔의 화려한 자태.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피트니스의 매력은?

무대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지만 준비를 하는 동안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 발전을 통해 자기만족, 성취감을 느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신)

- 자신의 장점은?

타고난 여성스러움에 운동으로 강인함을 갖췄다. 특기는 안무다.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피트니스모델, 모노키니, 모던키니, 비키니, 스포츠모델 등 여러 종목에 맞는 포징을 직접 디자인한다.(한)

- 제자 및 후배 양성에 열심인 이유가 궁금하다.

운동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큰 보람이다. 제자들이 운동으로 자신감을 갖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쁘다. 운동은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신)

- 제자들의 수상 경력이 궁금하다.

솔직히 너무 많아서 제대로 정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2018년도부터 많은 선수들을 입상시키고 있다. 대략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는 그랑프리 30회, 1위 53회를 했다. 올해는 8월까지 그랑프리 21회, 1위 31회를 했다. 작은 상까지 합치면 참가한 제자들이 거의 입상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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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피트니스스타 내셔널리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한솔(오른쪽)을 남편인 신영무가 축하해주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힘들고 지루할 때 극복하는 방법은?

선수로서, 트레이너로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집에서 푹 쉬는 걸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남편이랑 맛있는 거 먹고 쉬는 게 제일 좋다.(한)

- 두 사람의 취미는?

솔직히 집에만 있어도 잘 논다. 장난치면서, TV보면서, 배달 음식 시켜먹고, 뒹굴고, 취미라면 취미일 수 있다. 그리고 평생 둘의 공통 취미는 운동 아닐까.(신)

- 미래의 꿈과 계획은?

소울휘트니스를 좀 더 크고 멋진 팀으로 키우고 싶다. 몇 년 후에는 2세를 키우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것 같다. 평생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지금처럼 웃으며 지내고 싶다.(신)

- 같은 일을 하는 부부로서 느끼는 행복과 만족이 궁금하다.

서로의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 남편이 부족한 부분, 서로 채워주며 끌고 가니까 더 잘 된다. 매번 좋을 순 없지만 좋은 일이 훨씬 많고 남편이 없었더라면 혼자서는 팀을 이렇게 까지 만들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것, 함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한)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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