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역투하는 롯데 김건국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롯데 투수 김건국이 4회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른바 ‘조커’ 한 명이 꼭 필요하다. 추격조든 스토퍼든 경기 상황에 따라 흐름을 걸어 잠글 수 있는 투수를 보유한 팀이 장기레이스에서 그래도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타선 완전체로 막판 스퍼트에 나서는 롯데에서는 김건국(32)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김건국은 지난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4회초 선발 노경은을 구원등판해 1.2이닝을 1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2승) 투수가 됐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1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패스트볼 구속도 좋고 이 전에 비해 커맨드가 향상됐다. 박진형이 발목부상으로 빠져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서 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흐름을 잠가야 하는 상황에 투수 교체가 필요하면, 김건국을 1옵션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당쇠’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조커로 활약하는 투수가 있으면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김건국은 이날 0-2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완벽히 막아내 역전승에 기여했고, 이틀연속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07년 두산에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된 기대주였지만 입단 직후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던 김건국은 고양원더스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방출 후 수 년을 쉬었지만 최고구속이 147㎞까지 측정되는 등 가능성을 드러냈고, 김성근 감독, 이상훈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아 NC에 입단해 프로 선수로 재출발했다. 2차드래프트로 KT에 지명됐던 그는 2017년 장시환(현 한화)과 함께 롯데로 이적해 네 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1군 등판 기회가 없던 김건국은 지난해 양상문 감독의 부름을 받아 불펜 필승조 가능성을 점검 받았다. 이전까지는 개인 통산 최다인 시즌 37경기에서 66.2이닝을 소화해 내구성도 어느정도 인정 받았다. 올해는 시즌 초반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롯데 불펜진의 집단 난조로 7월 18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급적 편한 상황에 등판해 구위를 점검 받은 김건국은 이른바 ‘팔치올’과 함께 불펜 핵심 요원으로 중용되기 시작했다. 8월 한 달간 9경기에서 10.2이닝을 소화했고 6안타 3실점 평균자책점 2.53으로 불펜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이달에도 벌써 8경기에 등판해 10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80으로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다.

김건국은 “자주 등판하다보니 밸런스가 좋아지고, 힘도 붙는 것 같다. (경기에 자주 나가니)당연히 기분도 좋다”며 웃었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돌고 돌아 프로데뷔 13년 만에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으로 무장한 덕에 마운드 위에서 도망가는 법없이 씩씩하게 투구하는 김건국은 늦게 핀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체득해 가는 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조커’는 적어도 팀 내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마련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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