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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영화로 서로를 잇는다. 그렇게, 보는 이에게 영화는 자신의 세상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온기로 다가온다. 신간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저자 윤여수)에서 소개하는 영화들도 힘겨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과 꿈과 미래를 향해가자고 말한 영화들이다. 그 각각의 마지막 장면의 ‘끝’ 또는 ‘The End’라는 자막을 대신하는 말은 그래서, ‘아직은 끝이 아니야’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지속되는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삶을 긍정하는데 길잡이가 된빛과 어둠의 영화들

허허실실 두루뭉술하게 세상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꾸려가는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편한 벗은 ‘영화’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평범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직업이 영화기자이다 보니, 누구보다 많은 영화와 영화계 사람들을 접해 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화를 안팎으로 살피면서 영화를 사람과 세상에 중첩하여 읽는 일에 제법 능숙해졌고,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 칼럼을 연재했다. 이 책은 그 칼럼을 모으고, 다시 구성하고, 고쳐 써 세상에 나오게 됐다. 여기에 소개하는 영화들 가운데 어떤 것은 보는 이에게 더 치열하게 살라고 마음의 짐을 한 겹 더 얹기도 하고, 당신만 그런 것 아니니 너무 힘들어 말라고 살갑지는 않아도 적절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우리의 가장 아픈 기억을 건드리기도 하고, 삶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6편의 영화 모두 보는 이에게, 읽는 이에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나’만이 아닌 ‘우리’가 모두 함께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를 통해 영화를 돋보기 삼아 삶을 들여다본 저자의 여정에 동참하며, 함께 생각을 이어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스트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영화 읽기의 여정

세상에 영화를 좋아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만큼이나,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것이다. 영화를 극장이 아닌 다른 장소, 매체, 디바이스 등을 통해 여러 경로로 접할 수 있게 된 요즘은 그러한 시각이 더욱 풍성해졌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된 환경은 개인의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상을 더 궁금해하는 디지털 관음증을 낳았다. 새롭고 파격적인 수사로 영화를 설명하는 눈에 띄는 많은 ‘해설가’를 뒤로 하고 이 책의 저자는 묵묵히 영화와 사람을, 영화와 세상을 나란히 놓고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고, 진한 여운이 발원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사람, 소비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어떤 이에게는 다소 무겁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저자의 영화 읽기는, 외려 그렇기에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삶을, 삶에서 사람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항상 열린 결말, 희망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드림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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