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한 아이의 아빠가 된 배우 이희준(42). 연기를 대하는 마음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영화 ‘오! 문희’(정세교 감독)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오문희(나문희 분)와 물불 안가리는 아들 두원(이희준 분)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 수사극이다. 올해 초 ‘남산의 부장들’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친 이희준은 ‘오! 문희’에선 인간미 넘치는 아들로 180도 변신했다.

그간 다채로운 연기색을 보여준 이희준이지만 이번 영화는 스크린 첫 주연작이란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미쓰백’, ‘1987’, ‘최악의 하루’ 어떤 한 작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작품은 없고 모두 주연이라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오!문희’는 공개적인 첫 주연작이라 저한테도 새롭고 어깨가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희준이 연기하는 두원은 성격은 불 같지만 겉보기와 달리 딸 바보에 치매 엄마도 무심한 듯 살뜰히 챙기는 인물. 딸이 뺑소니를 당하자 직접 사건에 뛰어들어 작은 단서 하나부터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뺑소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를 연기한 나문희와 합동 수사에 나서며 아웅다웅하면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유쾌한 감동과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바로 다음날 정세교 감독에게 “바로 찍으시죠!”라고 말할 정도로 출연 의지가 강했다는 이희준은 “관객들이 좋아하실 요소가 다 있다고 생각했다. 정겹기도 하고 스펙타클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희준

대선배인 나문희와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이희준의 합류 결정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번 작품은 나문희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어서 했다. 촬영을 시작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희준씨 너무 잘한다. 마음대로 해봐 다 받아줄게’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정말 기뻤다”고 웃으며 “지금 선생님의 연세에서도 늘 새로운 걸 배우시려 하시고 계속 대본을 외우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후배 배우들을 진심으로 아끼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책임져야 하는 두원을 연기하며 감정적인 소모가 큰 연기들이 많아 힘에 부친적도 있었다고. 그러나 지난해 12월 아내 이혜정이 득남하며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이희준은 비로소 부모가 되고 나서 두원의 마음이 피부로 확 와닿았다고 이야기했다.

이희준은 “영화가 끝나고 아이가 생겼다. 현재 아기가 9개월인데 완전히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경험,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 하나도 버거운데 가족들을 지켜내고 버텨내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이 들었다. ‘어벤져스’에 나오는 히어로들만 영웅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영웅인 거 같다. 정말 존경스럽다.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더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이희준

나문희와 모자호흡을 맞추며 실제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무뚝뚝한 아들이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은 이희준. 그는 “육아를 하면서 제 어릴적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느낌이다. 이때 어머니는 어땠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보고타’ 촬영이 멈추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다. 대신 완전히 육아를 하고 있어서 느끼는 점도 많고 감사한 부분도 많다”고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오! 문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신작들의 개봉 연기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에 고심 끝에 개봉하게 됐다. 주연배우로서도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더 크다는 이희준은 “영화를 보러와달라고 말씀드리기도 죄송스러운 상황이지만 작년 추석에 개봉하려다 미루고 미뤄져 이번 추석에 이렇게나마 개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여러모로 답답한 시기인데 부모님 모시고 온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이기 때문에 힐링이 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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