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한 시대를 풍미했던 옛날 인기 예능들이 2020년 버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KBS가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많은 인기를 얻은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을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전교톱10’을 선보인다. 10월 방송되는 ‘전교톱10’은 오래된 감성이라고 여겨졌던 1980~90년대 노래를 10대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선보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10대 참가자들은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 쿨, H.O.T.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의 히트곡을 새로 꾸며 선보일 예정. ‘가요톱10’ 당시 순위차트를 2020년의 시각에서 새롭게 짜보는 코너도 마련된다.

tvN 개국 공신이자 원조 예능 ‘롤러코스터’도 2020년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롤러코스터’는 2009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13년 시즌3까지 제작되며 정형돈과 정가은 등 스타들을 대거 발굴했던 인기 프로그램.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롤러코스터 리부트’에는 ‘롤러코스터’, ‘푸른거탑’, ‘SNL코리아’ 제작진이 의기투합하며 오리지널 멤버 정가은부터 문세윤, 송진우, 양세찬, 정신혜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특히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코너 ‘남녀탐구생활’도 더욱 다양한 주제로 ‘모두의 탐구생활’로 돌아와 더욱 폭넓은 공감대를 공략한다.

최근 각종 예능프로그램이 ‘복고’ 감성을 들고 돌아왔다. 음악, 토크, 버라이어티 등 이미 다양한 콘셉트 복고 예능이 포화 상태인 가운데, 이미 한차례 성공한 포맷으로 승부를 걸며 실패 확률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더이상 TV방송이 새로운 기획으로는 타 콘텐츠와 차별화를 주지 못하자 과거의 검증된 콘텐츠를 부활시키며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코미디 TV 인기 예능프로그램 ‘얼짱시대’도 7년 만에 컴백한다. 지난 2009년 방송을 시작한 ‘얼짱시대’는 2013년 시즌 7까지 방영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오는 8일 방송 예정인 ‘얼짱시대 요즘뭐해?’는 2000년대를 휩쓴 얼짱들을 직접 만나 근황과 방송 뒷이야기 그리고 시청자와의 랜선 만남 등이 예고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브랜드를 가진 콘텐츠를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 그 시절을 겪은 시청층에게는 향수를, 경험하지 못한 시청층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대하는 것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TV는 사랑을 싣고’를 선례로 꼽을 수 있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지난 1994년 시작돼 최고 시청률 47%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KBS 간판 장수 프로그램이다. 2010년에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2018년 변화한 포맷으로 돌아와 호평받았다. 기존에 리포터가 사연 속 주인공을 추적하는 과정을 새롭게 바꿔 출연자가 직접 주인공을 찾아나서며 당사자간의 의미있는 만남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지난 6월 시즌 종영을 선언하고 휴지기를 가진 ‘TV는 사랑을 싣고’는 또 한번 새단장을 하고 KBS 1TV에서 2TV로 채널을 옮겨 예능적인 재미를 더할 것을 예고했다. 추리와 추적 과정을 더욱 배가시켰다는 후문이다.

다만 과거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유와 한계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SBS 연예 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은 1995년 방송을 시작해 2016년 폐지된 ‘한밤의 TV 연예’의 뒤를 이어 그해 12월에 새롭게 부활, 다양한 밀착 취재로 기존 연예정보프로와의 차별화를 도모했지만 결국 지난달 막을 내렸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재의 한계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변화하는 제작 환경 속에서 연예 정보 프로그램만의 장점과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에 이는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한한 콘텐츠 경쟁 속 프로그램 스스로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단순한 ‘추억여행’에 그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방송 PD는 “과거 시청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반짝 시청률 상승에 그칠 수 있다. 잠깐의 유행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기성세대뿐 아니라 1020세대의 공감까지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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