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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왼쪽)이 지난 23일 입스위치 타운과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델리 알리의 추가골 이후 함께 기뻐한 뒤 동료를 불러모으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젠 핵심 공격수를 넘어 실질적 리더다.

‘월드스타’ 손흥민(28·토트넘)이 대선배이자 롤모델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주장 완장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손흥민은 6일(한국시간)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왓포드(2부)와 프리시즌 최종 평가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팀이 0-2로 뒤진 후반 34분 페널티킥 만회골을 넣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더는 추격하지 못하면서 1-2로 패배, 프리시즌 평가전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오는 14일 안방에서 에버턴과 2020~2021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이 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손흥민 팔에 달린 주장 완장. 이미 A대표팀에서 주장직을 수행하는 그는 프리시즌 평가전에 불과하나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클럽에서도 주장 완장을 달았다. 대표팀과 빅리그 소속팀에서 동시에 주장 완장을 단 건 박 이사장 이후 두 번째다. 박 이사장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경기 중 임시 주장 완장을 달았다가 퀸즈파크 레인저스 이적 후엔 정식 주장으로 시즌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기존 주장 휴고 요리스와 부주장 해리 케인이 A대표팀에 차출돼 이 날 임시 캡틴을 맡았다. 그러나 토트넘 다수 팬은 경기 직후 SNS에 ‘새 시즌은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흥민은 최근 2~3년 사이 토트넘의 확실한 리더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케인이 장기 부상에 시달렸을 때도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구세주 구실을 했다. 코로나19로 하반기가 멈춰선 뒤 지난 여름 재개됐을 때도 첫 한시즌 공격포인트 30개(18골12도움)를 완성, 팀의 유로파리그 진출을 견인했다.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리더십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토트넘 동료는 물론, 팬 사이에서도 손흥민의 친화력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라운드에서만 봐도 동료마다 다른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나누는 등 팀 분위기까지 주도하고 있다. 과거 빅리그에 입성했던 동양인 스타는 다소 수줍어하고 언어에 능통하지 못해 경기력으로만 평가받았다. 손흥민은 독일어와 영어 모두 능통하게 하고 정상급 기량에 친화력까지 갖춰 동양인 편견을 깨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케인의 상징성이 아직 크나, 언젠간 손흥민이 정식으로 주장 완장을 찰 것이라는 현지 예상이 지배적인 이유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4차례 평가전에 모두 뛰며 3경기에서 4골(입스위치 타운전 2골·레딩전 1골·왓포드전 1골)을 넣었다. 어린 선수를 독려하고 헌신하는 플레이도 리더다웠다. 이 날도 후반 추가 시간 토트넘 골키퍼 파울로 가자니가가 공격에 가담한 사이 마크 나바로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텅 빈 골문에 슛을 시도했다. 이 때 손흥민이 하프라인 이전부터 전력 질주, 골라인을 넘기 전에 걷어냈다. 2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전력질주 골’을 떠올리게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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