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윤세호기자] ‘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패닉에 빠질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광현은 6일(한국시간) 신장 경색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장으로 향하는 혈관에 혈전이 생겨 복통이 발생했는데 병원에서 혈액 용해제를 맞고 곧바로 회복했다. 걸어서 병원을 방문해 걸어서 퇴원했고, 7일 등판 일정을 취소한 뒤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일부터 소급적용해 오는 13일 신시내티전을 통해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서 선수와 구단 모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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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왼쪽)과 몰리나. 세인트루이스 공식 SNS

구단 관계자는 이날 “김광현의 병명을 공개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병증이 심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력에 심각한 지장을 끼칠만 한 병력이거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는 병이었다면 복통에 의한 IL 등재 정도로 함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구단 트레이너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밤 우측 하복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껴 김광현이 스스로 통역을 깨워 병원에 가보자고 얘기한 뒤 트레이너를 호출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2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 걸어서 병원에 방문했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김광현이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공지하면서 “충수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증세가 충수염과 흡사해 자칫 시즌 아웃 가능성이 생기자 선수보다 구단이 더 크게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정규시즌 종료까지 3주가량 남은 데다 우리(세인트루이스)는 더블헤더를 포함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KK(김광현의 별칭)가 맹장 수술을 받고 재활에 돌입하면 확실한 선발투수 한 명 없이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진다”고 밝혔다. 그는 “혈전 때문에 생긴 통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선수보다 코칭스태프가 더 크게 안도했다”며 웃었다. 어느 정도 립서비스가 포함됐겠지만, 김광현의 팀내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정과포옹하는김광현[포토]
SK 마지막투수 김광현이 12일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말 등판해 마지막타자 박건우 등 세타자를 처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후 포수 허도환 등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김광현의 혈관질환은 10년 전에도 한 번 화제가 됐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축하연이 펼쳐졌는데, 김광현이 구급차로 후송됐다는 얘기가 취재진 사이에서 돌았다. 당시 사령탑이던 김성근 전 감독은 “이제 야구선수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선수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얘기가 나오면 앞길을 막을 수 있다”며 보도 자제를 정중히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일시적인 뇌경색이 왔고, 이후 혈액 용해제를 복용하며 피를 맑게 하는 데 집중했다. 김광현이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기초체력 훈련을 쉬지 않은 것도 당시 아찔한 경험을 전화위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사장은 “혈관장애는 김광현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병력이었고, 당연히 구단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병력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메디컬리포트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 10년 전 혈전으로 쓰러진 이력도 당연히 포함됐고, 이날 김광현이 다시 한번 혈관 질환을 앓자 과거 병력이 강제 소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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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신시내티전 이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임한 김광현 | 폭스스포츠 캡처

몸에 이상징후가 발견되자마자 병원을 찾아 빠르게 회복한 김광현은 현재 통증이 없는 상태다. 본인은 시카고 컵스전 등판 의사를 드러냈지만 구단 메디컬 팀은 일주일가량 추적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를 세인트루이스로 불러들였다. 올시즌 5경기 중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83으로 맹활약하며 신인왕 레이스에 뛰어든 김광현은 일주일간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다. 오버워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한 호흡 쉬어갈 공간을 찾은 것이 김광현의 ML 정복 동력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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