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김나리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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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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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 작가 전시 전경.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기획전 ‘나 자신의 노래’에서 전시 중인 김나리 작가의 전시가 화제다. 경기도 양평군 끝자락에서 작업하는 김나리 작가는 2017년 개인전 이후 3년동안 몰입해온 신작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그룹전임에도 미술관 메인 자리에서 묵직하게 자리하며 시선을 모은다. 흙으로 빚은 흉상, 두상이 직접 만든 좌대, 평소 키우는 식물 등과 함께 어우러져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작품을 들여다 보면 신화 속 인물같은 분위기다. 슬픔, 분노, 고통 등 생로병사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을 닮은 신의 모습같다.

“모든 인간은 신적인 존재이며, 영혼으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도깨비라든가 삼라만상에 신이 담겨있는 신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인물의 표정이 다채로온 것은 작가가 슬픔이나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까닭이다. 김 작가는 “내가 인물에 주목하는 부분은 슬픔이나 고통에 대한 탐구 때문이다. 대부분은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 안에 어떤 중요한 코드가 숨겨져있다고 생각한다. 슬플 때 울지 않으면 소금기둥이 된다고 한다. 슬플 때 울어야 스스로 정화되고 치유된다. 누구든 고통을 느끼면 고통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인물 두상이 대부분인 이유에 대해서 김 작가는 “나는 얼굴에 집중한다. 얼굴의 미세한 표정 등을 통해 내면으로 들어가는 걸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이나 식물이나 지구상 생명체들은 모두 각자의 고유한 영역과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평소 가진 가치관과 작업 주제가 너무 잘 맞아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형상인데 유일하게 실제 모델이 있는 작업이 있다. 그는 “유일한 모델은 사진작가 이시우다. 제주의 4.3지역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DMZ에 가서 지뢰에 의해 다리를 잃은 분들의 사진을 찍고 책을 쓰는 분이다. 이 분을 보면서 순례자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모습을 담고 싶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바쳐서 구도의 길을 가는 사람, 그래서 제목을 순례자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흙으로 흉상을 빚어 건조시켜 완성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린다. 흙을 빚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을 정직하게 느끼고 사용하는 일이다. 몸 쓰는 작업을 좋아하는 김 작가는 흙을 만질 때는 힘이 들지만 그 힘듦속에서 생각이 없어지고 개운해지는 걸 느낀다. 그는 작업을 하는 행위가 구도와 관련돼있다고 믿는다. 자기에서 비롯되지만 자기 삶의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구도의 길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주제는 ‘나 자신의 노래’인데, 나의 노래가 전체의 노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뉴스에 나오는 수재민들의 슬픔을 보며 나는 별일없이 편안한 것이 미안했다. 시골에 살다보면 밤에 고라니나 멧돼지를 사냥하는 총소리가 들린다. 농작물 피해가 심하니까 죽이는데 그 소리를 듣기가 너무 힘들다.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하루 아침에 잘라버리는 것도 무척 고통스럽다. 모든 존재는 등가의 가치를 가진다.”

다음 작업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안했던 시도를 해봐야겠다. 작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만든 인물들이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는 살아있는 인물들을 앉혀놓고 만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 서울산업대학원 도예과에서 공부하고 경기도 앙평에서 작업하고 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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