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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버펄로 |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새 팀에서 시즌 첫 연승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날아갔지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류현진이 105년 만의 버펄로에서 열린 ML 정규시즌 경기에서 토론토 1선발로 당당히 마운드에 올라 구속과 경기 운영 능력을 모두 회복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불펜진이 9회초 2사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토론토 팬들이 기다렸던 ‘에이스’ 위용을 완벽히 보여줬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1홈런)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이 “정말 좋은 투구를 펼쳤다. 역시 류현진은 우리의 에이스”라고 극찬했을 만큼 완벽한 구위였다. 지난 6일 애틀랜타전에서 5이닝 1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류현진은 이날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5.14에서 4.05로 떨어뜨렸다.

이날 경기는 1988년 살렌필드가 개장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ML 공식전이었다. 더불어 1915년 9월 9일 버펄로 블루스가 더블헤더로 2연승을 따낸 지 104년 11개월 2일(3만8324일) 만에 버펄로에서 열린 ML 경기라 등판 자체가 역사에 남을 일이었다. 하루 전인 11일에서야 살렌필드 그라운드와 마운드를 밟아본 류현진은 아무런 이질감 없이 경기를 풀어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선취점을 내줬지만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살렌필드 개장 경기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특히 유격수 보 비셋의 잇딴 실책성 플레이로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3회초에는 강타자 헤수스 아길래라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끝내 팀과 보셋을 모두 살리는 담대함을 보여줬다.

빅리그에서 톱클래스 선발투수 반열에 오른 류현진의 관록이 돋보였다. 이날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은 경기 내내 오락가락했다. 경기 초반 바깥쪽(우타자 기준) 보더라인을 찌르는 낮은 공을 모두 볼 판정 받자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고, 낮은 코스로 파고드는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섞어 범타를 유도했다. 특히 이날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5.1㎞, 최고구속이 148㎞까지 측정돼 개막 17일 만에 구위를 회복했다. 포심 구속이 뒷받침되니 효자 구종인 컷 패스트볼 위력도 배가 됐다. 5회초 로간 포사이드를 바깥쪽, 몬테 해리슨을 낮은 컷패스트볼로 잇따라 삼진처리한 순간은 이날 경기의 백미(白眉)였다.

승부치기로 진행한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터진 트래비스 쇼의 끝내기 안타로 5-4 승리를 지켜본 류현진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았다”며 “패스트볼 뿐 아니라 변화구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볼넷을 가장 싫어하는데 앞으로 볼넷을 주지 않는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자평했다. 낯설 살렌필드에 대해서도 “오늘은 바람이 변수였다. 2루타와 홈런 등 왼쪽으로 간 타구가 모두 장타로 연결됐다. 다음 경기에는 타자들이 공을 우측으로 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 같다”는 말로 적응을 끝냈다는 인상을 풍겼다.

‘에이스’는 다르다. 주목받을 순간에 꼭 기회가 오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류현진이 비록 동료의 부진으로 승리를 놓쳤지만, 역사적인 경기에서 에이스로서의 기대에 부응했다. 토론토 로스 앳킨스 단장이 “우리가 류현진을 영입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단언한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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