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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3년 전 이호준 은퇴투어의 시작점은 2017년 8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었다. 당시 SK 선수들은 현역생활 마지막을 앞둔 선배를 축하하기 위해 일종의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경기 전 국민의례 순간까지도 이호준은 자신을 위한 행사가 열리는지 인지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전광판에서 이호준의 SK 시절 영상이 상영됐다. SK 선수들과 SK 구단, 그리고 이호준에게 이벤트 사실을 알리지 않은 NC 구단이 절묘하게 호흡을 맞춰 인천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이호준을 축하했다.
행사 직후 이호준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SK 선수들이 마련한 꽃다발을 받아든 그는 “이런 이벤트가 준비된 줄 전혀 몰랐다. 정말 감사드린다. 이곳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즐거운 일들이 참 많았다.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깜짝 놀랐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SK 선수들과 구단, 그리고 SK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덧붙여 그는 “마지막 인천 경기 행사에서도 이렇게 눈물을 흘렸는데 은퇴식 때는 어떻게 울지 상상이 안 간다”며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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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호준 은퇴투어의 막이 올랐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시작점을 찍혔을 당시만 해도 이벤트의 이름은 ‘이호준 인천 마지막 경기 기념식’혹은 ‘이호준 인천 고별전’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이사진(10구단 주장)이 주축이 돼 다른 구장에서도 이호준의 마지막을 기념하기로 약속했다. 문학 SK전부터 잠실 두산전, 광주 KIA전, 고척 넥센전, 잠실 LG전, 사직 롯데전 등을 통해 선수협이 주최한 이호준의 마지막 경기 행사가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구단이 주최한 이승엽의 은퇴투어와는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 만큼 이호준 이벤트를 두고 ‘미니 은퇴투어’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어쨌든 이호준은 타구단 선수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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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년 전에 진행된 일인데 너무 많은 이들이 과정을 잊고 있다. 단순히 ‘은퇴투어’라는 네 글자에 집착했고 이승엽 만큼 절대적인 커리어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이 된 박용택 은퇴투어 계획은 이승엽이 아닌 이호준에 가깝다. 2017년 당시 선수협 사무총장이었던 김선웅 변호사는 “이승엽 은퇴투어는 선수협에 앞서 이미 KBO와 구단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선수협과는 관계가 없었다. 이승엽 선수 은퇴식 때 기념패 전달 정도만 선수협에서 진행했다”며 “다만 이호준 은퇴투어는 선수들이 결정하고 구단에 건의해서 진행했다. 선수협 이사회에서 논의됐고 당시부터 오랫동안 리그에 공헌한 선수는 팀별로 예우를 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리그에 공헌한 선수는 팀별로 예우를 해주자”의 첫 번째 주자가 이호준, 그 다음 주자가 박용택이다. 이승엽과 이호준, 그리고 박용택 모두 일찌감치 현역 은퇴 시점을 발표했고 준비시간도 충분했다. 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은 지난 9일 “6월 이사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몇몇 이사들이 박용택 선수 은퇴투어 얘기를 나눴다. 정식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었고 선수들끼리 ‘LG 구단과 각자 구단에 얘기를 해보자’ 정도였다”고 밝혔다. 주최자가 KBO와 구단이 아닌 선수협이었고 선수들이 스스로 준비했다는 점 등에서 박용택 은퇴투어 계획은 이호준과 흡사하다.
그런데 지난주 한 매체에서 박용택이 이승엽 이후 3년 만에 은퇴투어의 주인공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수협과 LG 구단 모두 당시 기사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이미 박용택 은퇴투어는 논란의 중심에 자리했다. 선수협은 여전히 모호한 입장만 취한 채 박용택 혹은 LG 구단이 은퇴투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상한 입장이 됐다. 몰래카메라처럼 시작된 이호준 은퇴투어는 여론 검증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는데 박용택에게는 유독 이승엽이라는 묵직한 이름이 비교대상으로 자리했다.
지난 6월말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박용택은 오는 11일 혹은 12일 잠실 KIA전부터 1군에 복귀한다. 복귀일에 박용택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투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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