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새 감독 찾는다
제공 | 인천 유나이티드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감독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인천의 촌극에는 무면허 운전과도 같은 무모한 짓을 저지른 전달수 대표가 중심에 서있다. 인천은 지난 5일 신임 사령탑으로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을 선임하려 했지만 이사회 승인까지 마치고도 막판 협상이 결렬돼 백지화됐다. 인천 구단 관계자들조차 선임이 확정됐다면서 조만간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 장담했던 새 사령탑 영입이 한순간에 틀어져버렸다.

그야말로 촌극이었다. 축구계는 성적부진으로 인해 불과 3주전에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 감독의 인천행 가능성이 점쳐졌을 때 이미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렇게 소방수가 없어서 다른 팀에서 제대로 불도 못 끈 소방수를 갖다 쓰느냐”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는 자체만으로도 인천 구단의 이미지가 깎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영입을 주도한 전 대표는 최종협상 전까지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결국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비축구인의 돌출행동이 인천 구단을 넘어 K리그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킨 꼴이 됐다.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로 선임됐다. 축구단을 합리적이고 건설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왕이면 축구계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 수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번에도 인천시의 선택은 낙하산 인사였다. 전 대표는 인천 구단에 오기전까지 인천전국시도민연합회 회장, 현호물류 대표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기업가였다. 체육계와 인연이 있긴하다. 2005~2018년까지 인천 동구체육회 이사와 부회장을 맡았지만 프로축구 구단의 경영과 비전을 손에 쥐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력이다.

전 대표는 박남춘 인천 시장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K리그 시도민구단의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시도민구단을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전리품처럼 활용되서는 안된다. 단체장의 선거를 도운 인물들이 보은성 인사로 요직에 앉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능력이 좋은 기업가라고 해도 일반 기업과 운영방식이 다른 축구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의식한 전 대표 역시 취임 초기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전 대표는 감독 선임이라는 구단 내 가장 중요한 결정과정에서 독단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인천에는 전력강화실이라는 현장 전문 부서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전 대표는 지난 6월 28일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뒤 췌장암 투병중인 유상철 명예감독의 복귀를 추진하려다 전력강화실과 관계가 틀어졌다. 전 대표의 독불장군식 의사결정으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강등후보 0순위의 인천 구단이다. 올시즌 첫 승도 올리지 못한 채 시즌 반환점을 돌면서 ‘잔류왕’이라는 타이틀을 내놓기 일보직전이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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