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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계약무효 집회를 벌이고 있다.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IBK기업은행 내부 관계자가 ‘디스커버리펀드는 은행이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100%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윤종원 기업은행장 등 윗선에 보고한 정황이 나와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은행을 ‘백화점’에, 펀드를 ‘사과 박스’에 비유하며, 고객에게 판매한 사과 박스에서 뒤늦게 썩은 사과가 발견되면 백화점이 전액 환불 또는 교환을 해주는 것처럼 펀드 판매사인 은행도 뒤늦게 발견된 펀드 부실에 대해 전액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6일 본지가 입수한 녹취 자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전 기업은행 WM(자산관리)사업본부장 오모씨는 지난 5월 기업은행 역삼WM센터에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을 만나 사태에 대한 경과를 설명했다.

오씨는 피해자들에게 “백화점에 가서 사과 한 박스를 샀는데 집에 가서 열어 보니 사과의 반이 썩어 있다. 그 사과 박스를 들고 백화점에 가서 사과가 썩었으니 돈으로 돌려주든지 멀쩡한 사과로 바꿔주든지 요구를 하면 해준다. 백화점에서는 농산물 측에 가서 반품하든지 어떻게 할 것이고”라며 “저희도 이 펀드가 처음에 팔 때는 사기가 있는지, 부실자산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판매하고 나중에 문제가 돼서 지급이 안 된 상황에서 확인을 해보니 부실자산이 있고, 말하자면 썩은 사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은행에서 상품을 판매했으니 은행에서 (부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은행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잘못된 부분을 고객이 책임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 그 부분을 계속 얘길한다. 지금도 전무, 행장에게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은행에서 썩은 걸 팔았으니 은행에서 100% 돌려주자. 이런 테두리에서 정리가 돼야 하는데 정리가 사실 그렇게 안 된다”고 해명했다.

오씨는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WM사업본부를 총괄한 인물이다. 오씨는 “(당시 WM사업본부) 팀장도 같은 말을 한다”고 말했다. 오씨의 말을 종합하면 WM사업본부 관계자들은 디스커버리펀드의 부실을 인정하고 은행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을 전무, 행장 등 윗선에 보고했으나 배임 가능성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씨 발언에 대해 한 디스버리펀드 피해자는 “펀드를 판매한 은행 당사자들이 사기가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 및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기업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은 사기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기준가 부풀리기나 불법운용, 펀드돌려막기 등 사기 관련성은 없었다”며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례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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