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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워싱턴DC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핑계를 대려면 끝이 없다. ‘괴물’ 위용을 잃은 류현진(33·토론토)의 시즌 초반 부진은 준비 부족으로 귀결된다.

◇2G 이상 5회이전 강판 1년 만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메이저리그(ML)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4.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9안타 5실점했다. 시즌 개막전이던 지난 25일 4.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절치부심한 두 번째 등판에서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류현진이 2연속경기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 LA다저스 시절인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8월 24일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4.1이닝 9안타(3홈런) 7실점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진 뒤 30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4.2이닝 10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부진은 9월 5일 콜로라도와 홈 경기까지 이어졌는데, 4.1이닝 6안타 3실점으로 3연속경기 부진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 평균자책점 1위(2.32)에 사이영상 투표 2위 등으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따낸 류현진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에 계약을 이끌어 냈다. 젊은 선수로 구성된 토론토에서 에이스 역할을 기대 받았지만, 출발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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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다부진 표정으로 투구하고 있지만 훈련부족 등으로 팔높이가 살짝 떨어진 모습이 엿보인다. 워싱턴DC | UPI연합뉴스

◇구위저하, 제구난조 총체적 난국

우선 이날 등판에서는 최고구속이 91마일(약 146㎞) 정도에 머물렀다. 포심 위력이 약해진데다 체인지업 제구까지 말썽을 일으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슬로 커브로 위기를 타개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정구를 던질 수 없다는 불안감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1-2로 뒤진 4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안타를 내주지 않은 마이클 테일러에게 체인지업 승부를 하다 홈런을 내준 대목은 ‘잘 해야 한다’ ‘첫 등판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급증을 일으킨 장면으로 풀이된다. 여유가 있었다면, 구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슬로커브나 하이 패스트볼 등으로 어렵게 승부했을텐데, 체인지업 커맨드를 회복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흐름을 잃는 능력을 가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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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밸런스도 살짝 무너져 평소보다 상체가 빨리 넘어가는 인상도 풍기고 있다. 워싱턴DC | AP연합뉴스

◇훈련 부족, 닷새휴식, 떠돌이 생활 3중고

초반 부진은 예상된 일이라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선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팬데믹) 선언 이후 미국내 확산세가 거세지자 ML 전체가 셧다운 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시범경기를 준비하던 류현진도 단체 훈련을 중단한 뒤 사실상 고립된 상태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미국과 캐나다간 국경이 사실상 폐쇄된 탓에 토론토에서 짧은 서머캠프를 치러야 했고, 개막전 선발이라 캠프 평가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채 개막을 맞이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팔이 좋을 때보다는 떨어져 보였고, 상체가 빨리 넘어가는 등 안좋을 때 전형적인 모습이 여러차례 포착됐다.

훈련 루틴이 깨졌고, 구위를 끌어 올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시즌을 치르면서 감각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LA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나 휴스턴 저스틴 벌렌더처럼 부상악령에 발목을 잡힌 게 아니라서 시간이 흐를 수록 위용을 회복할 여지는 남아있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니 등판 간격을 넓힐 수밖에 없었던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류현진은 통산 닷새 휴식 후 등판한 51경기에서 21승 15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나흘을 쉬거나, 엿새 이상 휴식을 취했을 때보다 지표성적이 상승했는데, 이날 등판도 닷새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 징크스 탈출 여부가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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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잃어버린 실전감각 회복이다. 워싱턴DC | UPI연합뉴스

떠돌이 생활을 해야하는 점도 악재다.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쓸 수 없으니 대체구장을 찾아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버팔로에 위치한 샬렌 필드를 임시 홈구장으로 선정했지만 공사 중인 상태라 8월 12일까지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 이날 홈경기를 워싱턴에서 치른 것도 이 때문이다.

최악의 출발이지만 어쨌든 시즌은 치러야 하고, 1선발 역할도 소화해야 한다. 불펜피칭을 하는 등 루틴 변화로 떨어진 구위와 던지는 체력을 끌어 올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떠돌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2개월 먼저 개막한 KBO리그 투수들을 살펴봐도 초반 무딘 감각 탓에 고전하는 건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처럼 인식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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