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아픔을 딛고 복귀한 배우 신동욱(39)이 연이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올해는 신동욱에게 더욱 특별한 한 해다.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한 흥행작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을 시작으로, 지난 21일 종영한 tvN 월화극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 연이어 출연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극중 신동욱은 은희(한예리 분)이 다니는 P&Fbook 출판사의 부대표 건주를 맡았다. 훈훈한 외모에 능력까지 겸비한 인물로 은희에게 호감을 느끼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이지만, 9년 연인인 하라(배윤경 분)와 은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예쁜 쓰레기라는 별명이 생겼다”라고 웃은 신동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신동욱은 ‘김사부2’를 마치고 일주일 만에 ‘가족입니다’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쉴 틈 없이 차기작을 정한 이유는 역시 대본이었다. “대본을 보자마자 ‘와 이건 뭐지?’ ‘미쳤다’는 말만 나왔다. 어떻게 가족이란 소재를 이렇게 참신하게 다뤘는지 감탄만 나와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건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신동욱은 “잘못하면 바람둥이 같고 느끼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건주의 모습을 최대한 미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랬다면 제가 사랑받진 못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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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신동욱은 ‘가족입니다’를 떠나보내지 못한 듯 보였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작품이었다고. 신동욱은 “오랜 공백기를 가진 후부터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다. 꼭 주연이 아니어도 좋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작은 역할이라고 참여하고 싶다”며 “‘김사부2’가 잘 되고 나서 좋은 작품들에서 제안을 많이 주셨는데, 그중 ‘가족입니다’ 건주가 제일 작은 역할이었음에도 이번 작품을 택했다.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대역의 한예리에 대해 ‘말랑말랑한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강인하고 다부진 이미지에 비해 실제로는 밝고 귀여운 면이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예리와의 연기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본리딩만 하고 첫 촬영에 들어가서 친해질 시간이 없었는데, 예리 씨와 촬영 첫날 키스신이 몰빵이었다.(웃음) 사랑의 진심은 눈빛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정말 좋아하는 눈빛으로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촬영날 하루 종일 예리 씨를 관찰했다. ‘오늘 많이 쳐다볼게요, 부담 갖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덕분에 키스신을 NG 없이 찍었다.”

또 건주와의 싱크로율에 대한 질문에 신동욱은 “건주는 은희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게 아니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오랜 시간 지켜보고 사랑하게 됐다. 저도 사랑을 할 때 외형은 보지 않고, 오래 알고 지내면서 새로운 매력들을 찾아가며 정이 드는 타입이다. 츤데레 같은 면도 비슷한 거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결혼계획에 대해선 “오랫동안 연애하듯이 살고 싶다. 신중하게 하고 싶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가족입니다’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 작품이었다. 이에 대한 질문은 신동욱 역시 피해갈 수 없었을 터. 그는 “가족이나 사랑은 숙제인거 같다. 누구도 정의내리지 못하는 문제다. 저 역시도 가족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신동욱

신동욱은 지난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KBS2 ‘잘난 걸 어떡해’, ‘오! 필승 봉순영’, ‘알게 될거야’, ‘슬픔이여 안녕’, MBC ‘소울메이트’, SBS ‘쩐의 전쟁’, ‘별을 따다줘’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연기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2010년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안겼다. 치료에 전념하며 6년간 공백기를 가진 신동욱은 2017년 본업에 복귀해 tvN ‘라이브’ MBC ‘파수꾼’, ‘대장금이 보고있다’ 등을 통해 다시 시청자들과 만났다.

‘김사부2’와 ‘가족입니다’로 열일 행보를 이어간 신동욱은 현재 차기작을 정하며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면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냐는 물음에 신동욱은 “어떡하죠? 다 해보고 싶어요”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악역도 선역도 로맨스도 액션도 다 해보고 싶다. 욕심이 있다. 자신감이 뚝 떨어질 때도 있는데 지금은 뭐든지 다 해보고 싶을 때다.”

신동욱이 이토록 작품과 캐릭터에 열망을 보이는 건 앞서 투병생활로 인해 배우로서 황금기일 수도 있는 30대에 긴 공백기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많이 못한 건 굉장히 아쉽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전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건 다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넘어져도 최선을 다해서 일어났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하면 될 거 같다.”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신동욱은 “많이 호전됐다. 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지만 촬영에는 지장이 없다. 병원에 가는 빈도수도 줄었다”며 “저와 같은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제 드라마 보시며 힘내시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30대 끝자락에 선 신동욱은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신동욱은 “세월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 거 같다. 오는 것들을 밀어내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한다. 이번 작품에서 원미경 선배님을 보면서도 너무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어릴 적엔 거만하게도 메이크업한 얼굴보다 맨 얼굴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메이크업한 게 훨씬 낫다”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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