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서울에서 뛰었던 기성용.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사이였지만 FC서울과 기성용의 관계는 결국 봉합됐다.

서울은 19일 공식 발표를 통해 “기성용이 입단 계약 조건에 상호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20일 기성용의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 계약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K리그 유턴이 불발된 뒤 친정팀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던 기성용이 마음을 돌린 건 만족스럽지 않은 주변 상황 탓이 가장 컸다. 지난 2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택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데뷔전까지는 치렀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 보여준 것이 없는 기성용은 결국 지난달 25일 귀국했다. 차기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비롯해 여타 해외 리그의 이적이 쉽지 않았다. 특히 스페인 무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던만큼 기성용은 국내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소중했기에 친정팀의 손을 잡는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게다가 올해 초와 비교하면 기성용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성용은 30대 초반의 나이라 아직까지는 선수 황혼기로 보기 어렵다. 유럽 무대에서 장기간 활동하다 유턴하는 만큼 K리그 최고 연봉 대열에 합류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서울은 지난 협상에서 기성용에게 7억원선까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마저도 수정안이었다. 하지만 최근 협상에서는 팀 내 최고 수준인 9억원 안팎(추정치)까지 성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성용과 서울은 그동안 서로에게 등을 돌린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맏형인 박주영과 절친한 구자철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성용의 서울 복귀를 염두에 둔 듯한 힌트를 남기면서 친정팀 복귀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

불과 수개월전만해도 서울과 기성용의 관계는 풀릴것 같지 않은 매듭과 같았다. 관계가 소원해진 뒤로 평행선을 달렸지만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거리가 좁혀졌다. 기성용과 서울 사이의 문제는 지난 1월 수면위로 불거졌다. 지난 겨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마무리한 기성용은 11년간 해외 무대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오려 했다. 거목이 된 기성용은 새싹 시절 자양분을 준 K리그에 돌아와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간 국내 축구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기성용의 뜻과 다르게 서울은 옛 프랜차이즈 스타를 외면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기성용은 전북으로 선회하는 방법으로 국내 복귀를 노렸으나 서울의 위약금 문제로 결국 포기하고 스페인 마요르카와 단기 계약을 선택했다. 축구를 통해 받은 큰 영광을 팬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선의가 무시된 것이다. 기성용은 지난 2월 스페인 출국 현장에서 작심 발언으로 서울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FC서울이 나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그에 오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을 외면한 친정팀에 독설을 뿜어낸 기성용은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30일 마요르카와 계약 만료 직전에 조기 귀국했다. 귀국 소식만으로도 기성용의 서울 복귀설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제 발로 찾아온 기성용을 내쳤던 서울은 그간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올 초부터 성적 부진을 비롯해 반일감정 분위기에 반하는 가고시마 전지훈련 선택부터 ‘리얼돌’ 사태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은 성난 팬심을 식히기 위해 ‘기성용 영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성용 영입에 대한 팬들의 요구를 확인한 만큼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은 강명원 단장이 직접 협상을 담당하는 등 기성용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만전을 기울였다. 강 단장은 기성용 측에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안했다. 답변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했다. 5개월 전 친정팀에 큰 실망감을 드러낸 기성용은 결국 마음을 돌렸다.

서울 구단 내부적으로는 기성용 계약으로 들뜬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분위기”라며 고무적인 내부 상황을 귀띔했다. 기성용과 서울의 깊었던 골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듭지어졌다.

양 손을 맞잡은 양 측이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윈윈’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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