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윌리엄스 감독 \'진지한 표정으로\'
2020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지난달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든 팀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승은 우리 팀 목표다. 일단 포스트시즌에 나가겠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ESPN은 16일(한국시간) ‘워싱턴DC에서 오클랜드, 그리고 한국으로…윌리엄스 전 메이저리그 감독의 커리어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작성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ESPN과 전화 인터뷰에 임했고 KIA 감독을 승낙하기까지 과정과 한국에서 경험, 그리고 앞으로 목표 등을 밝혔다.

먼저 ESPN은 윌리엄스 감독의 경력부터 조명했다. 현역시절 메이저리그(ML) 최정상급 3루수였던 윌리엄스는 2014년 워싱턴 감독으로 부임해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신흥 강호 워싱턴의 지휘봉을 잡아 감독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2015년 워싱턴은 선수단 내부분열과 함께 무너졌고 윌리엄스 감독 또한 워싱턴을 떠났다. ESPN은 “윌리엄스 감독은 워싱턴 사령탑을 지낸 후 애리조나에서 코치 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방송 해설자, 그리고 2년 동안 오클랜드에서 3루 코치를 맡았다”며 “맷 채프먼, 마커스 세미엔, 맷 올슨 등 리그 최고 내야수 세 명을 코치하면서 감독을 향한 문이 열렸다”고 윌리엄스에게 다시 감독 자리가 다가왔음을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2년을 함께 한 오클랜드 밥 멜빈 감독과 빌리 빈 사장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ESPN과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윌리엄스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서든 감독 제안이 올 것으로 봤다”고 했고 빈 사장 또한 “윌리엄스와 같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두 번째 기회가 온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자신이 지금의 감독 역할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프런트 오피스가 작성한 분석 자료를 따라가는 감독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봤다. 무언가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극적인 변화는 지난해 가을 KIA 조계현 단장과 만남으로 시작됐다. 조 단장은 윌리엄스 감독을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넣고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스 감독은 30년 전 타자와 투수로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 맞붙었던 조 단장과 인연을 새롭게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멜빈 감독은 “이기적이지만 윌리엄스가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 세상에 윌리엄스보다 뛰어난 코치는 없다. 하지만 그가 감독으로 가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성공하기를 바란다”이라며 윌리엄스 감독의 건승을 기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내 안에 깊은 곳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신호가 들렸다”며 “내게 다시 ML 감독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직면한 현실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조 단장이 건넨 계약서에 사인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포토]한화에 끝내기 승리 거둔 KIA 윌리엄스 감독
KIA 윌리엄스 감독(가운데)이 지난 1일 광주KIA챔피어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로 한화에 승리한 뒤 최형우 등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국에서 보여주는 윌리엄스 감독의 색깔은 뚜렷하다. 늘 긍정적이고 구성원들을 향한 자부심이 강하다. 선수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자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ML에서 흔히 말하는 Player’s Manager(선수를 위한 감독)의 표본이다. 그리고 KIA는 윌리엄스 감독을 따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엔트리 28명 중 11명이 26세 이하고 현재보다는 미래가 밝은 팀, 즉 리빌딩 팀이라는 평가를 뒤집으며 승리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모든 팀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승은 우리 팀 목표다. 일단 포스트시즌에 나가겠다”며 감독 부임 첫 해부터 성과를 낼 것을 다짐했다.

ESPN은 KIA의 성공이 윌리엄스 감독이 생각하는 감독관과 부합한 결과라고 바라봤다. 윌리엄스 감독은 “ML에서 부르스 보치나 멜빈 감독 같은 지도자들에게는 선수들도 먼저 존경을 표하고 따른다. 한국에 오니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나는 그저 미국에서 온 아저씨 같은 사람인데 우리 선수들은 늘 진지하게 나를 대했고 내 말에 경청했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는 것을 정말로 사랑한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대화하면서 선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을 배웠다. 이러한 과정은 내 자신도 발전시켰다”면서 “30년 넘게 프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두루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쌓은 지혜와 경험을 꾸준히 전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ML 감독은 선수를 직접 지도하기보다는 최첨단 분석자료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선수와 대면하는 시간도 점점 줄고 있다. 여러모로 예전보다 역할이 축소됐다. 하지만 KBO리그 감독은 여전히 활동영역이 넓다. 구단을 대표하는 리더이자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서 직접 선수를 지도하는 경우도 많다. 윌리엄스 감독의 감독관은 ML보다는 KBO리그와 맞았고 그 결과 KIA는 이변의 팀으로 우뚝 솟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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