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역투하는 LG 이민호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투수 이민호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보완할 점도 보인다. 그래도 정신력과 구위는 이미 증명이 됐다. 이따금씩 제구난조로 흔들리지만 무너지지는 않는다. LG가 신인 이민호(19)를 앞세워 구단 통산 첫 번째 2연속 신인왕을 응시하고 있다.

리그 최강 타선을 상대로 임무를 완수했다. 이민호는 지난 11일 잠실 NC전에서 108개의 공을 던지며 6.2이닝 4안타 4사구 5개 4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1회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범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실점했지만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84개)을 쏘아 올리고 팀 OPS(출루율+장타율: 0.839) 1위에 오른 NC 타선에 맞서 패스트볼과 고속 슬라이더 투피치로 추가 실점없이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피칭을 했다.

자신 만의 장점을 이번에도 펼쳐보였다. 이민호는 위기에서 더 강해진다. 득점권 피안타율 0.129, 피OPS 0.443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더 강한 공을 던진다. 보통 신예들과 다르게 벼랑 끝에 몰린 순간 위축되지 않고 최고의 공을 구사한다. 150㎞까지 찍히는 패스트볼과 최고구속 140㎞ 고속 슬라이더로 거침없이 정면승부하며 범타를 유도한다. 공을 던지는 체력도 강하다. 투구수 90개가 넘어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속이 유지된다. 11일 NC전 7회초 마지막 타자였던 권희동에게도 146㎞ 패스트볼을 던졌다.

투수로서 수비도 뛰어나다. 빠른 견제 동작으로 1루 주자를 묶고 땅볼 타구 처리에도 흔들림이 없다. 1회초 추가 실점을 막은 순간도 수비에서 나왔다. 강진성의 높게 바운드된 타구에 민첩하게 반응해 정확한 홈송구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수비시 송구에 유독 애를 먹는 투수들이 적지 않지만 이민호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성장과정이다. LG 구단은 성장판이 열려있고 지난 1월 입단 당시 어깨와 팔꿈치가 완벽하지 않았던 이민호를 열흘 로테이션으로 등판시킨다. 아직 성인의 몸이 아닌 만큼 올해 투구수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695개의 공을 던졌는데 1500개에서 2000개 사이로 상한선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삼성 원태인은 1900개를 던졌다. 원태인은 후반기 체력과 구위 저하로 9월초에 시즌을 마친 바 있다. LG는 이민호에게 등판 후 충분한 휴식과 자신 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시즌 완주를 목표로 삼았다.

투구 내적으로 과제도 있다. 하체 이용 비중을 높이고 익스텐션을 늘린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공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민호가 아직은 상체 위주로 던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공이 뜨면서 볼이 되는 모습이 나온다”며 “워낙 유연한 선수니까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 아직은 하체 힘이 부족한데 스스로 이 부분을 신경쓰면서 훈련하면 더 좋안 공을 던질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과거 선동열 감독을 상대할 때면 공을 내 눈앞에서 때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공을 길게 끌고 와서 던졌다”고 회상했다.

[포토] 최일언 코치 \'침착하게 던져\'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최일언 코치가 5회초 투수 이민호가 폭투로 실점하자 마운드를 방문해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LG 코칭스태프는 인위적으로는 이민호의 투구폼을 터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적합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호 스스로 발전하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투구시 중심이동을 이끄는 왼발의 착지점이 일정해지고 향후 보폭이 커진다면 이따금씩 마주하는 제구난조도 사라질 전망이다. 키움 구단 또한 강속구 투수 안우진을 두고 흡사한 계획을 세웠다. 2, 3년의 시간을 두고 안우진이 투구시 상체보다는 하체의 비중을 높이게 유도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22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고졸 신인 정우영이 시즌 내내 필승조로 활약하면서 LG는 암흑기 시절 늘 따라붙었던 ‘유망주 무덤’이라는 오명을 지웠다. 올해는 이민호로 구단 통산 첫 번째 2년 연속, 김동수(1990년), 유지현(1994년), 이병규(1997년), 정우영(2019년)에 이은 다섯 번째 신인왕을 바라본다. 이민호는 지난 11일 NC전까지 8경기 40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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