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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올시즌 K리그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감독대행이 있다.

흔히 감독대행이라고 하면 침몰 직전 난타선의 키를 잡은 소방수를 떠올린다.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대행이라는 보직 자체가 임시직인데다 대부분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이 물러난 뒤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시즌 대구FC를 이끌고 있는 이병근 감독대행은 고정관념을 깨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는 올시즌 5승4무1패(승점 19)로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개막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이 감독대행의 승률은 70%다. 대구는 시즌 준비 기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2월 전지훈련 기간 안드레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이 감독대행은 K리그 감독 자격증과 같은 P라이선스를 보유한데다 지난해부터 선수단을 이끌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대구가 시즌 초반부터 호성적을 이어가자 팬들은 이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는 조광래 사장 체제에서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사례가 있다. 1부리그 승격 첫 해 2017년 5월 손현준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뒤 안드레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안드레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구는 24경기에서 7승11무6패의 성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승률은 52%였다. 시즌 직후 대구는 안드레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승격한 바 있다.

이전 사례를 비추어보면 이 감독대행의 시즌 중 감독 승격 가능성은 높게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는 확실한 결과가 나올때 감독 승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리그 5위를 달성했다. 시즌 직후 골키퍼 조현우가 이탈하긴했지만 그 빈자리를 국가대표 출신 구성윤으로 최근 채웠다. 지난 겨울에는 데얀, 황태현, 이진현, 김재우 등 취약 포지션에 알토란 같은 보강까지 했다. 전력만 놓고보면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가 됐기 때문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마지노선인 리그 3위 이내 성적을 내거나 FA컵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내는 것이 대행 꼬리표를 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개막 직후 대구가 3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자 국가대표팀 코치를 거쳤던 브라질 출신 가마 (태국 무앙통) 감독의 부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가마 감독은 조 사장과 경남FC, 국가대표팀에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춰온 지도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마 감독과 관련된 루머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승률 70%짜리 감독대행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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