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3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훈련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미국 첫해 가장 막막했던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39)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광현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팀 훈련에 참가했다. 이어진 현지 매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고립돼야만 했던 근황을 직접 설명했다. “아주 외로웠다. 이를 견딘 경험이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 교훈이 될 것”이라던 그는 그 시간을 함께 해준 투수 웨인라이트의 이름을 꺼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한국에 잠시 돌아가는 쪽을 고민했을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지난해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시범경기 4경기(선발 3경기) 8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5선발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 그러나 3월 코로나19로 인해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이 모든 일정을 돌연 중단시켰다.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던 김광현은 4월 연고지인 세인트루이스로 거처를 옮겨 개막을 기다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연봉을 두고 대치하면서 시즌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택했으나 미국에서 끼운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한국에선 이용하지 않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한테만 불행한 것 같은 시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수없이 되뇌어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 매일 반복적인 훈련, 똑같은 일상을 지냈던 내가 다른사람 보다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잘 참고 견뎌낼 줄 알았다.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구단 고위층과 임시 귀국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인 하나 없는 환경에 사실상 고립된 채 약 3개월을 버텼다.

이 시기 웨인라이트가 손을 내밀었다. 캐치볼 파트너로 일주일에 두 번씩은 김광현과 만나며 시즌을 함께 준비했다.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함께 견딘 둘은 이제 동료애 이상의 끈끈함이 생겼다. 김광현은 “몇 차례 함꼐 훈련한 뒤 그의 자녀들과도 친해졌다.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와이노’(웨인라이트의 애칭)가 나와 내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는 오는 24~25일 개막전으로 2020시즌을 시작한다. ‘도전자’ 김광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머 캠프’에 합류해 선발 로테이션 입성을 위해 경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두웠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한 김광현에 대한 팀의 신뢰는 더 두터워졌다. 김광현은 매체에 웨인라이트는 한 인간으로서의 김광현에게 매료됐다고 말했고,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 김광현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