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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선수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남긴 메시지 캡처본. 제공 | 이용 의원실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감독도 모자라 팀 닥터와 선배까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고(故) 최숙현은 팀 지도자부터 팀 닥터, 선배 등 관계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부분의 스포츠에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지만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은 감독의 권한이 크다. 그렇기에 가혹행위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감독의 권한을 등에 업은 관계자라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쉽게 ‘갑질’하는 경우도 생긴다.

피해자 故 최숙현은 생전 감독, 팀 닥터, 선배 2명 등에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故 최숙현은 팀원과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주문했다는 이류로 20만 원 상당의 많은 빵을 먹어야 했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고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운동선수로서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이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간 굶게 하기도 했다.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은 애교일 정도로 故 최숙현을 향한 가혹행위는 정도를 넘어섰다.

특히 故 최숙현에게 가혹행위를 가한 관계자 중 팀 닥터의 존재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는 공개된 녹취록 속에서 감독과 함께 폭력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트라이애슬론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팀 닥터는 경주시청과 계약된 자리도 아니고 감독이 개인적으로 고용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팀 닥터를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팀 닥터는 경상도 일대 팀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알려져 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고인과 금전적인 문제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 당국에서 팀 닥터에 대한 조사가 면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 외 故 최숙현과 같은 위치의 선배도 가혹행위를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최숙현은 앞서 고소장과 대한체육회에 징계신청서를 제출할 때 선배의 폭력에 관해서도 작성했다. 고인은 “감독이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결국 나는 살기 위해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전했다.

한국 체육의 폐쇄적인 문화 탓에 상식 이하의 가혹행위가 이뤄졌고 故 최숙현 외에도 2명의 피해자가 더 발생했다.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체육의 별이 될 또 다른 인재가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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