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천 유상철 감독, 다들...수고했어...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과 무고사가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진행된 K리그1 2019 38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면서 리그 잔류가 확정되자 선수들을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있다. 2019.11.2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무리수를 넘어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등 위기에 몰린 인천은 공석이 된 사령탑에 유상철 명예감독을 다시 데려오려 고려했다. 지난 28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임완섭 감독이 떠난 뒤로 인천은 빠른 수습을 위해 대책을 강구했다. 7연패로 올시즌 첫 승도 거두지 못한 인천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 부진을 만회하려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이 때 유 명예감독이 감독 복귀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유 명예감독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장에 돌아오고 싶은 의지가 크다”고 밝혔다. 유 명예감독은 지난해 5월 인천에 부임 후 강등 위기에 내몰렸던 팀을 극적인 잔류로 이끌었다. 췌장암 투병을 위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유 명예감독은 꾸준히 선수단을 찾아 격려하고 관심을 가졌다. 팀을 포기하지 못한 애착이 느껴졌다.

그러나 현재 감독 후보군에 유 명예감독이 오른 것 자체만으로 무리수일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13번의 항암 치료를 마쳤다고 밝혔다. 급한 불을 진압한 것이지 유 명예감독의 건강 상태가 온전한 게 아니다. 자칫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었다. 프로축구 감독직은 각종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자리다. 일부 감독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현역 시절 왕성한 활동량으로 건강했던 감독도 한순간 건강 악화로 비보를 전하기도 한다. 그만큼 건강한 성인이 버티기에도 쉽지 않은 자리에 이제 막 투병에서 회복하려는 유 명예감독이 사령탑에 앉기에는 위험성이 너무나 컸다.

물론 유 명예감독 만큼 현재 인천의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는 없다. 지난 시즌 함께한 코치진과 일부 선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팀 사정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팀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은 여전히 유 명예감독을 따르고 있다. 다시 한번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우선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인천이 당장 강등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지만 유 명예감독의 건강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인천은 유 명예 감독의 현장 복귀보다는 명예 감독으로서 신임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라도 팀에 대한 조언 등을 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인천 고위 관계자는 “주치의를 통해 확인한 결과 (유 감독의) 병세가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책임지는 일을 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더라”이라며 “아직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필요가 있어 논의를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구단 내부에서도 유 감독의 건강을 위해 복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구단 곳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인천시에서도 유 감독의 컴백 카드를 부담스러워한 것도 사실이다. 여러모로 일거양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인천은 악수를 두지 않았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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