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홍건희-박세혁 \'또 이겼다\'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홍건희가 세이브를 기록하며 박세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바뀐 것은 유니폼 뿐이 아니다. 거침없이 정면승부에 임하며 굳건히 마운드를 지킨다. 지난 8일 KIA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홍건희(28)가 또하나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모습부터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KIA에서 10경기 1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던 그가 두산 이적 후 6경기 9.2이닝 평균자책점 1.86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9이닝당 삼진율이 6.75에서 8.38로 상승했고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은 1.50에서 0.93으로 내려갔다.

자신도 몰랐던 장점을 찾은 결과다. 홍건희는 두산 전력분석팀 조언에 따라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향하는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높였다. 전력분석팀으로부터 포심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다는 자료를 받았고 투구패턴 변화를 꾀했다.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는 9회말 2점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4년 만에 세이브도 달성했다. 이틀 전 그랬던 것처럼 거포 로베르토 라모스를 상대로 연달아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해 외야 플라이를 유도했다. 채은성과 정근우에게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로 몰렸지만 끝까지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볼배합으로 승리를 완성했다.

그러면서 두산은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홍건희 단 두 명의 투수로 주말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알칸타라가 8이닝 1실점으로 올시즌 최고 피칭을 했고 홍건희 또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마무리투수 함덕주가 전날 2이닝 동안 40개의 공을 던져 게임조에서 제외됐지만 홍건희가 두산 불펜진을 구원했다. 지난 19일에는 무사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두산 이적 후 첫 승, 이날은 세이브를 올리며 만능키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한 홍건희다.

[포토] 두산 홍건희, 1-3 뒤진 5회 등판!
두산 베어스 홍건희가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1-3으로 뒤진 5회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2020.06.1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건희는 통산 33차례 선발 등판 경험도 있다. 지난해에는 개막전부터 시즌 중반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선발 등판시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이 1.73에 달했고 평균자책점도 7.01로 고전했지만 최근 홍건희 모습은 내심 선발 등판도 기대하게 만든다. 실제로 두산은 이용찬의 이탈로 인해 5선발 한 자리를 메워야 하는 과제와 직면했다. 박종기의 반전투로 선발진 급한 불은 끈 상황이지만 향후 마운드가 재편된다면 홍건희의 선발진 합류 가능성도 열려있다. 실제로 두산 김태룡 단장은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시점에서 “이용찬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한 자리가 빠졌고 불펜까지 도미노 붕괴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강은 필수였다”며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홍건희를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환경 변화와 조언 하나가 선수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홍건희는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늘 낮게 던져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두산 전력분석팀 조언을 듣고 내 패스트볼이 라이징성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던져보니 높은 패스트볼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홍건희의 수직 무브먼트는 팀내 4위에 오를 정도로 높다. 흥미로운 것은 회전수까지 높다는 점이다. 보통 수직 무브먼트와 회전수가 모두 좋은 경우는 찾기 힘든데 홍건희는 두 수치가 모두 높게 나온다”며 “지난 21일 채은성을 상대했을 때 RPM은 2600대까지 찍혔다. 자신감이 붙으며 점점 수치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10년 동안 미완의 유망주로 남았던 홍건희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굵직한 전환점을 찍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