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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길 5코스 노을길 해안 사구 전경.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태안=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충청남도 북서쪽 끝,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꽃게의 도시’ 태안에 다녀왔다. 육당 최남선의 한반도 호랑이 지도에서 호랑이의 오른쪽 뒷 발바닥을 담당하고 있는 툭 튀어나온 바로 그곳이다.

‘휴일을 앞둔 새벽, 도로를 질주해서 바닷가에, 차 안으로 스며드는 찬 공기들…’ 태안으로 가는 길은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라는 곡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남짓, 짭조름한 바닷가마을의 향기가 코끝에 퍼지는 순간 ‘다 왔구나’를 직감할 수 있었다. 피식 미소가 번졌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향하는 아직은 선선한 날씨지만 태안에서 맞는 정오의 햇살만큼은 살을 빨갛게 태울 만큼 뜨겁다. 피톤치드 가득한 수목원을 구경한 뒤 눈부신 꽃지 백사장을 거닐다보니 답답한 마음을 모두 바닷물에 떠내려 보낸 것 같은 후련함이 느껴진다.

‘다이어트 중이니 조금만 먹어야지’라는 생각은 잠시만 접어두자. 짭조름한 간장게장과 얼큰한 게국지, 꼬들꼬들 모듬회를 한 입씩 먹다 보면 어느새 밥그릇을 싹 비운 뒤 배를 땅땅 두들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차라리 처음부터 뻔뻔하게 “많이 먹을 거니까 말리지마”라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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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가의도와 궁시도.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암벽과 해안선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인 가의도, 궁시도

가의도는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섬으로 배를 이용해야만 닿을 수 있는 육쪽마늘 원산지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큰말장벌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암벽과 해안선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궁시도는 가의도에서 20㎞ 떨어진 외로운 무인도다. 마치 ‘활 시위에 걸린 화살’과 같이 생겼다 해서 궁시도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괭이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웅장함을 뽐내고 있다. 갈매기 배설물을 맞았다면 슬퍼하지 말고 육지로 돌아가 복권 한 장을 구입하자.

천리포 수목원
초가집 모양의 천리포수목원 사무동.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푸른 눈의 한국인’이 40년간 일궈낸 1세대 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 끝자락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고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가 40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나무심기를 시작한 수목원은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 제한적으로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가 2009년에 밀러가든 등 대표 지역이 일반인에 개방됐다.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푸릇한 수목들과 청량한 파도, 눈부신 모래펄 사이에 있다 보면 나 자신이 고귀하게 느껴진다. 이런 게 귀족의 삶일까?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민병갈 설립자의 숭고한 자연사랑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민병갈의 길’에서는 민병갈 기념관, 민병갈 박사 흉상, 수목장 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설립자가 생전에 좋아했던 대표적인 식물인 완도호랑가시나무와 목련, 초가집, 논, 한국미를 품은 석물들을 볼 수 있다. 한국 풍물과 문화에 대한 그의 특별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안면도
안면송이 가득한 안면도수목원.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쭉쭉 뻗은 안면송이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는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자연휴양림에는 안면송(소나무) 천연림이 430㏊에 집단으로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안면송은 고려 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 고급 목재로 왕실의 특별 관리를 받아왔다. 휴양림을 지나 안면도수목원에 들어오면 한국의 전통정원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을 포함해 적지 않은 수목원을 다녀봤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한국의 전통정원으로 거듭난 아산정원, 교육적 활용도가 뛰어난 생태습지원, 지피원, 식용수원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정겨운 분위기에 흠뻑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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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모듬회와 해삼내장, 간장게장.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명물 꽃게와 각종 해산물로 새콤달콤해진 미각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호호아줌마는 이름답게 친절한 아주머니가 웃음으로 반겨주는 보쌈 맛집이다. 분명 조금만 먹겠다고 선언했는데 도무지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새콤한 오징어볶음도 입 안에서 꿈틀꿈틀 춤을 춘다. 밑반찬으로 나온 계란장, 김치, 콩나물, 계란찜 무엇하나 놓칠 수 없다.

방포회타운에 위치한 ‘맛수러움’에서는 싱싱한 활어회와 전복, 해삼내장, 이름도 낯선 특이한 해산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평소 고기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이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남도식당은 얼큰하고 감칠맛 나는 바지락탕을 즐길 수 있는 해장 맛집이다. 전날 과음했더라도 이곳에서 바지락탕을 사정없이 들이키다 보면 숙취도 말끔하게 해소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면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준비해준다.

솔밭가든은 기자들이 추천하는 태안 넘버원 맛집이다. “태안에 가면 무조건 들러야된다”는 선배들의 말에 일부러 오후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들른 곳이다. 태안의 소울푸드 간장게장과 각종 나물, 황석어젓을 함께 싸 먹을 수 있도록 마른 김을 준다. 처음 느끼는 맛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 찰나 주방장 특선 우럭젓국을 들이키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싶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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