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SK 하재훈,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 남기고 동점 허용
SK 하재훈이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 SK의 경기 9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키움 박동원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모자를 벗어 이마의 담을 닦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지난해 세이브 타이틀 레이스에 깜짝 등장했던 SK 하재훈(30)과 두산 이형범(26)의 발걸음이 올시즌 출발부터 천근만근이다.

하재훈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 팀을 거쳐 일본에서 뛰다. 지난해 2차 2라운드 16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해외 무대에서 주로 외야수로 뛰었던 하재훈을 투수로 깜짝 지명했다. 당시 단장을 맡았던 SK 염경엽 감독은 “(하)재훈이는 투수로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회전수도 많고 공 움직임이 좋다. 투수로 경험을 쌓아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재훈은 염 감독의 기대보다도 빨리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61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구원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초반 김태훈의 부진에 마무리 중책을 맡았던 하재훈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급부상했다.

이형범 역시 양의지(NC)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정상급 마무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67경기에 나서 6승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하재훈처럼 주전 마무리 함덕주의 부진 속에 자리를 꿰찬 점도 비슷하다. 양의지를 보내고도 두산이 통합우승을 달성한 원동력에 이형범의 각성도 포함됐다.

[포토] 두산 이형범, 무너진 마무리...
두산 베어스 이형범이 21일 잠실 NC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 등판해 사구와 연속 안타 등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교체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재훈와 이형범은 마무리 자리를 꿰찬 2년차인 올해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이다. 1일 현재 하재훈은 8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0에 그치고 있다. 피안타율이 0.2586나 되고, 블론세이브도 벌써 2번 기록했다. 이형범은 10경기에 등판해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하다. 블론세이브도 역시 2개다. 둘이 동반 부진에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진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재훈은 투수전향 첫 시즌에 59이닝을 던졌다. 2018년 23경기에서 54이닝을 던졌던 이형범은 61이닝을 던졌는데 무려 67경기에 등판했다.

지난해 두산과 SK는 각각 페넌트레이스 1,2위를 차지했다. 두 팀 모두 88승 1무 55패를 기록했지만,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두산이 1위를 차지했다. 양팀이 많은 승수를 쌓은 만큼 두 팀 뒷문지기의 등판 기회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령탑이라면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의 등판을 만류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재훈과 이형범의 경우 혹사보다는 첫 풀타임 출전으로 인한 피로도 누적의 영향이 크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A코치는 “하재훈은 투수로 전향하고 첫 시즌을 보냈다. 마무리로 뛰다보니 SK가 체력안배를 해주긴 했어도 세이브 상황에선 자주 등판해야 했다. 첫 경험이다보니 한 시즌을 보낸 뒤 느끼는 피로감이 컸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개막도 연기되면서 컨디션 유지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이형범 역시 불펜에서 가장 심리적 압박감이 큰 마무리로 뛰다보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피로도가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코치 역시 “혹사라고 보긴 어렵다. 성적 좋은 팀의 마무리 투수라면 그 정도 던진다. 다만 하재훈은 투수전향 첫 시즌, 이형범은 마무리 부담을 안고 첫 시즌을 소화한 만큼 그 후유증이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하재훈의 경우 아직 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고 피로회복이나 초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부분은 처음 경험하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간이 지나 어느 시점이 되면 둘 모두 제 구위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 강도가 높을 때 사점(死點)을 넘어서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하재훈과 이형범 역시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좋았을 때의 구위를 되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와 두산 역시 두 선수의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도록 배려하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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