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클링히트 김혜성, 경기전 기록달성 기념구 전달받아 [포토]
30일 경기에서 KBO 역대 26번째 싸이클링히트(Hit for the cycle) 대기록을 달성한 키움 내야수 김혜성이 5월 마지막날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에 앞서 기념구를 전달받은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키움 김혜성(21)은 5월의 마지막 주말을 잊을 수 없는 환희와 함께 보냈다. 생애 첫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히트) 진기록을 수립해 그간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풀어냈다.

김혜성은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홈런과 단타, 2루타, 3루타를 연이어 터트려 KBO 역대 26번째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팀도 대승을 거둬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키움 손혁 감독은 “초보 감독이다보니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꾸 조급해진다. 나도 모르게 이런 표정이 경기 중에 나왔고, 선수들도 같이 조급해졌던 것 같다. 최근 팀 성적이 신통치 않은 건 모두 내책임”이라며 “그래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미안하다. 나부터 교류전이나 평가전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할테니 선수들도 그라운드 위에서 재미있게 야구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손 감독의 당부에 김혜성이 사이클링히트로 보답한 셈이다.

사실 진짜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했던 건 김혜성 자신이다. 사이클링히트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5월의 마지막 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혜성은 “하루가 지났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못했던 장면에 빠져들어 공격과 수비를 분리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에서 실책을 범하면 타석에서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 집중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서건창, 김하성에 김웅빈, 전병우 등 수준급 내야수들이 가득한 팀 현실을 고려하면, 출장기회를 잡았을 때 강인한 인상을 심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고교(동산고) 시절부터 수비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고, 2018년부터 사실상 주전으로 도약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질만 한데, 김혜성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마음기짐을 바꾸는 것이 참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포토]3회말 공격 물꼬 트는 김혜성
키움 1번 김혜성이 5월 마지막날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 3회말 무사 1루에서 2루타를 터트린후 1루로 질주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겁없이 덤벼들 때에는 앞 뒤 잴 여유가 없지만, 1군 경기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시야가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 시야에는 동료들의 표정과 상대팀의 눈빛, 관중들의 시선도 포함된다. 어쩌다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경기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비난에 패닉에 빠지는 선수가 생각보다 많다.

김혜성은 “안좋은 플레이를 하면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떠나지 않는다. 왜그랬지 생각하다보면 빠져든다. 지나고 보니, 나한테 덕 될 게 전혀 없는 일이더라”고 돌아봤다. 손 감독의 말처럼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경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 기운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이클링히트의 환희는 당일로 잊고,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5월을 마무리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눈치였다. 그 말처럼 김혜성은 2루타 1개를 포함해 3안타 2득점으로 KT와 주말 3연전에서 8안타를 몰아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서건창의 수비 복귀까지 시간이 걸릴 듯 해 6월을 ‘기회의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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