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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그 시작 자체가 어려운 작품이었어요.”배우 한소희(26)가 2017년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연기에 도전한 지 3년 만에 JTBC ‘부부의 세계’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 스스로를 다그치고 채찍질해야 성장하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한 한소희는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부부의 세계’ 흥행은 기쁘지만, 제가 잘해서 관심을 주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더욱 걱정이다. 후퇴하고 싶지 않다. 설렘보단 고민이 많은 시기다.” 한소희에게 ‘부부의 세계’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는 만족감보단 여다경으로서 보여줘야 했던 자신의 몫과 종영 이후 놓인 또 다른 과제들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 보였다. 그렇다고 위축된 모습은 아니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고, 좋은 연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눈빛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사람 같아 보였다. “이 시기를 의연하게 잘 넘기고 싶다. 행복한 건 행복한 것대로 잘 남겨놔야 새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거 같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부부의 세계’에서 한소희는 고산 지역 유지인 여병규(이경영 분)의 외동딸을 연기했다. 여다경은 이태오(박해준 분)의 내연녀이자 아내로 지선우(김희애 분)의 세계를 파괴하는 인물이자 모든 파국의 시작점에 선 인물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화려한 겉모습 속 숨겨진 내면의 불안감과 의심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며 김희애와 박해준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떨쳤다. ‘부부의 세계’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한소희는 종영 이후 어떤 배우보다도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한소희는 “‘여다경은 싫지만 한소희는 좋아’란 댓글을 봤다. 시대가 바뀐 거 같다. 배우로서 한소희와 ‘부부의 세계’ 여다경을 확실히 구분해서 봐주신 거 같다”라며 웃었다. 한소희는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누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몫을 오롯이 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캐릭터 분석에 쏟았다고. “‘부부의 세계’는 제게도 중요한 작품이었지만, 희애 선배님의 오랜만의 방송 복귀작이자 해준 선배님의 드라마 첫 주연작이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망칠 수도 있을거란 걱정에 초반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그 시작 자체가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부담감을 털어놓은 한소희는 여다경이란 캐릭터 구축을 위해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원작보다 첨가하고 싶었던 건, 2년 뒤 이태오와 가정을 꾸린 다경이의 모습이 좀 더 성숙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다경이가 이태오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건 자신의 인생에서 주체적으로 끌어올린 첫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걸 지키기 위해 다경이 스스로도 성장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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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는 연기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로도 지선우에게 위협이 돼야 하는 여다경을 탄생시키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감독님께서 다경이가 예쁘지 않으면 이 드라마는 아무도 공감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화장도 신경 쓰고 체중조절도 했다. 보통 47kg 정도 되는데, 후반부에는 45kg로까지 뺐다. 극단적으로 살을 뺀 부분도 있었다. 아침과 점심은 안 먹고 저녁에 닭가슴살만 조금 먹었다. 배고플까봐 물도 안 마셨다.” MBC ‘돈꽃’ 이후 또 한 번 불륜녀 역할을 맡은 한소희는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 역시 많았다고 했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고 운을 뗀 한소희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것도 도전이지만 비슷한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 또한 배우로선 도전이었다. 이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고착화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희애, 박해준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먼저 김희애에 대해 “선배님 자체가 지선우였다. 저 역시 그래서 다경이로서 존중 받으며 연기할 수 있었다. 선배님의 몰입이 깨질까봐 오히려 더 집중하고 긴장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또 극중 불륜관계였던 박해준과는 장난도 많이 치며 스스럼 없이 지냈다며, 베드신에 대해선 “베드신은 처음이어서 긴장도 했는데 그 장면에서 다경의 감정은 ‘사랑’ 하나여서 오히려 편했다. 동선도 많고 계산적으로 촬영을 하다보니 액션신 같았다. 오히려 감정신보다 쉽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jayee212@sportsseoul.com사진 | 9아토엔터테인먼트,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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