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노래-깡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최근 연예계는 ‘밈(meme)’ 문화 열풍으로 뜨겁다.

모방행위를 뜻하는 ‘밈’은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며 노는 ‘문화 콘텐츠 놀이 현상’을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올해 초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등에서 화제를 모은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와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수 비의 ‘깡’ 열풍이 대표적이다.

지코의 신곡 ‘아무노래’에 맞춰 익살맞은 춤을 추는 영상을 공유하는 일종의 놀이인 ‘아무노래 챌린지’는 올해 초 마마무 화사를 필두로 청하, 장성규, 이효리 등이 동참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최근엔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깡’은 2017년 발표 당시 다소 촌스러운 가사와 과장된 퍼포먼스로 흥행에 실패한 곡이었다. 이에 비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영상에 달리기 시작했고, 이는 오히려 비의 새로운 전성기를 가져왔다. 어느 순간 ‘1일1깡’ ‘식후깡’ 등의 유행어가 생겨났고 일반인들이 ‘깡’의 퍼포먼스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은 26일 기준 조회 수가 1000만건을 넘겼고, 댓글도 11만개를 돌파했다.

여기에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가 자신에 대한 조롱인 ‘1일 1깡’으론 부족하다며 “나도 ‘1일3깡’을 하고 있다”고 쿨하게 받아쳐 더욱 화제가 됐다. 이는 한순간에 비의 이미지를 호감으로 반전시킴과 동시에 ‘깡’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밈 열풍

이처럼 최근 온라인에서 ‘1일1깡’ ‘~챌린지’ 등 모방 문화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찍이 유행이 됐던 ‘밈’ 현상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영화 ‘타짜’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 드라마 ‘야인시대’ 김영철의 ‘4달라’ 등도 밈 문화의 일종이다. 최근엔 JTBC ‘부부의 세계’ 박해준의 대사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가 ‘사빠죄아’로 축약돼 각종 밈으로 재생산되기도 했고,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댄스 퍼포먼스 장면은 다른 이미지를 절묘하게 콜라주하는 열풍이 일며 해외 유명 스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모방 본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 따라 하는 게 유행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로 오프라인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인터넷, SNS를 통해 무언가를 따라하고 동조하려는 현상이 급격히 늘어났다. 불안과 불확실함이 커진 상황에서 ‘1일1깡’과 같이 무미건조한 웃음이라도 지어보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사례들이 말초적인 재미를 위한 하나의 ‘놀이’로서 밈 현상이라면,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공익적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무노래 챌린지’처럼 음악에 맞춰 짧게 춤추는 영상에서 시작된 챌린지 문화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부터 화훼 농가를 돕는 ‘부케 챌린지’, 기부에 동참하는 ‘레몬 챌린지’, 독립·예술영화상영관 확장을 독려하는 ‘독입예술영화관 챌린지’ 등 공익적 의미를 담은 캠페인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다만 밈 열풍에 대해 희화화와 악성 댓글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곽 교수는 “‘깡’도 처음엔 비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부정적인 악플이나 누군가를 헐뜯는 댓글에 소신없이 따라가는 현상도 큰 틀에서 밈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밈 현상을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집단적인 가해 행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OZ 엔터테인먼트, 레인컴퍼니, 블러썸엔터테인먼트, KBS, 버거킹, 제임스 코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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