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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대표팀 정진화(오른쪽) 김선우가 국제근대5종연맹 카이로 월드컵 믹스릴레이에서 펜싱을 마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UIP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세계를 매료시키는 K-스포츠에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근대5종도 있다.

근대5종은 개인기량을 다투면서도 기록을 무시할 수 없는 독특한 경기방식을 갖고 있다. 선수 한 명이 하루에 펜싱(1분 씩 풀리그)과 수영(200m), 승마(장애월 비월 350m), 레이저런(사격(권총)+육상(3200m) 복합종목)을 모두 소화해 5종목 합산 성적에 따라 순위를 정한다. 과거에는 총알을 탄창에 직접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끝감각 탓에 기록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자 레이저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800m를 달린 뒤 사격을 하고, 또 달리기와 사격을 하다보면 심박수와 호흡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레이저런에서 극적인 막판 뒤집기가 펼쳐지기 일쑤다. 근대5종 종목 중 가장 열광적인 응원을 받는 종목이기도 하고,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기도 해 독립종목으로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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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대표팀 김선우가 국제근대5종연맹 카이로 월드컵에서 승마를 하고 있다. 제공=UIPM

한국 근대5종은 1982년 창립한 뒤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근대5종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매 대회 금메달 1개씩을 따냈다. 근대5종 간판 전웅태와 이지훈, 김세희(이상 25)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해 도쿄올림픽행 티켓을 일찌감치 거머 쥐었다. 탈(脫) 아시아에는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라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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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대표팀 전웅태가 국제근대5종연맹 2020시즌 카이로 월드컵에서 수영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제공=UIPM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개인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육상 열세를 극복한 게 신의 한 수였다. 한국 대표팀 최은종 감독은 선수들의 육상 경기력 강화를 위해 훈련기간 내 함께 뛰며 노하우를 체득했다. 최 감독은 “심박 수가 분당 200회를 넘는 상황에서도 권총 사격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호흡과 근육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는 러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펜싱과 수영, 승마 등은 해당 종목 국가대표와 교류를 통해 세밀한 기술을 습득했다. 신체적 열세를 한국만의 독창적인 훈련법과 협력으로 극복해 세계 최강국과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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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대표팀 정진화(왼쪽)가 국제근대5종연맹 카이로 월드컵에서 레이저런 사격을 하고 있다. 제공=UIPM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자 대한근대5종연맹은 ‘골든프로젝트’를 수립해 올림픽 메달을 향한 체계적인 지원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 9월, 회장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 지원(약 7억원)을 등에 업고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했다. 정진화와 전웅태, 이지훈에 여자 대표팀 기둥 김선우(23) 등 주축선수 네 명에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5명과 전담트레이너까지 배치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체대 산학협력단의 도움을 받아 근대5종 대표팀 전담 심리상담팀과 한국스포츠 정책과학원 소속 전력분석팀까지 가세해 선수들의 건강관리부터 경기력 향상까지를 총괄하고 있다. 전웅태는 “식사부터 훈련 도구와 프로그램, 해외 전지훈련 등 여러면에서 지원이 풍성해졌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드림팀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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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대표팀 전웅태가 국제근대5종연맹 카이로 월드컵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쁨을 입맞춤으로 표시하고 있다. 제공=UIPM

근대5종 선수들은 여전히 갈증을 호소한다. 야구나 축구, 펜싱처럼 종목을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인기종목으로 부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종목은 올림픽 메달획득이 곧 활성화 시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팬데믹) 탓에 올림픽은 미뤄졌지만, 금빛 질주를 향한 선수들의 땀은 여전히 뜨겁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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