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샷 2020-05-05 오후 12.44.44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서로 양보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과정은 만만치 않았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에 가깝다. KBO리그가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PSN을 통해 매일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ESPN은 지난 4일 오후 11시 20분경 나란히 중계권 체결을 발표했다. KBO 관계자는 5일 “미국 ESPN, 그리고 일본 스포존과 올시즌 전체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내내 KBO리그 경기가 미국과 일본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ESPN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이번주 KBO리그 중계 일정을 전달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낮경기의 경우 오전 1시, 밤경기 경우 오전 5시에 생중계되지만 EPSN은 생중계 뒤에 녹화중계 일정을 잡아 KBO리그를 적극적으로 노출할 계획이다.

스크린샷 2020-05-05 오후 12.34.29
ESPN KBO리그 중계 일정표.

한국 스포츠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이 될 수 있다. ESPN은 미국내 유료 가입자 수만 1억명에 달하는 대형 스포츠 매체다. 미국에서 ‘스포츠가 곧 ESPN’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PSN은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PC를 이용한 시청자도 다수 확보했다. ESPN에서 중계하는 메이저리그(ML) 경기에 경우 미국내 시청자수 200~3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ML 포스트시즌 경기는 두 배 이상으로 시청자가 증가한다. KBO 관계자는 “미국 스포츠 전체가 중단됨에 따라 ESPN도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았던 것으로 안다. ESPN이 KBO리그가 해결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수신료 부담 문제가 해결되면서 극적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당초 ESPN은 KBO리그 해외중계권을 보유한 에이클라측에 수신료를 부담할 것을 요청하고 중계권 비용은 향후 발생하는 광고비로 지불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KBO와 에이클라는 “손해를 보면서 중계권을 넘길 수는 없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KBO 관계자는 계약 내역에 대해 “무료가 아닌 유료 계약이다. 수신료 부담도 ESPN 측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KBO리그 중계로 발생하는 광고수익 일부도 우리 측에 지불하는 것으로 안다”며 “협상 과정에서 서로 양보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단 ESPN은 에이클라 자체 방송국인 SPOTV로부터 영상을 받아 미국에 KBO리그를 중계한다. 덧붙여 이번 계약을 통해 올해 미국 전역 KBO리그 중계권을 확보했다. ESPN이 아닌 다른 미국 방송사가 KBO리그를 중계할 경우 ESPN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계 비용을 최소화하고 향후 수익 가능성을 열어놓은 ESPN이다.

스크린샷 2020-05-05 오후 12.32.22
무키 베츠 트위터

가까스로 중계권 계약이 이뤄진 만큼 ESPN은 적극적으로 KBO리그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KBO리그의 역사와 10구단 특징을 상세히 나열하며 이른바 미국내 한국야구 붐업에 집중했다. ML 슈퍼스타 무키 베츠 또한 자신의 SNS에 KBO리그를 통해 미국에 야구가 돌아온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한국야구가 전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144경기 마라톤 문을 활짝 열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