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소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최윤소(36)가 배우로서 하나의 벽을 넘고 새로운 ‘꽃길’을 맞이했다.

최근 종영한 KBS1 일일극 ‘꽃길만 걸어요’에서 최윤소는 주인공 ‘강여원’으로 열연을 펼쳤다. 강여원은 고집 센 시어머니 왕꼰닙(양희경 분)와 바람 잘 날 없는 시댁식구들 속에서 육아와 살림에 재취업까지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열혈주부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부터 그 과정에서 봉천동(설정환 분)과 로맨스로 ‘여봉커플’이란 애칭을 얻으며 사랑받았다. 강여원은 진실을 밝혀낸 뒤 봉천동과 결혼, 둘째를 임신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아직도 여원이를 떠나보내지 못했어요.” 종영 후 만난 최윤소는 “10년간 연기하며 이렇게 애착이 가고 이렇게 열심히 한 작품이 없었다. 하나의 숙제를 끝낸 느낌이기도 하고, 배우로서 넘어야 할 벽을 넘은 기분이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라고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강여원은 최윤소가 기존에 갖고 있던 화려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캐릭터였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그동안 저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이미지를 깰 기회가 없어서 연기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많았다. 여원이를 통해서 배우 최윤소의 새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고 뿌듯했다.”

이러한 기회를 준 박기현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감독님 입장에서도 저를 캐스팅한게 도전이자 모험일 수 있었을 텐데, 저를 믿고 맡겨주신 것에 정말 감사했다. 사실 반신반의할 수 있는데 저를 딱 한 번 보시고 캐스팅하셨다”며 “제가 표현하는 여원이를 8개월간 그대로 믿어주셨다. 방송이 끝나고 감독님께서 SNS를 통해 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최선의 연기를 보여준 우리 히로인’이라고 표현해주셨다. 심장을 폭격 당한 것 같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데뷔 10년 만에 첫 일일극 주연을 맡은 최윤소는 작품을 긴호흡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아프거나 지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이 최윤소에겐 촬영을 이어갈 힘이 되었다고. 그는 “일일극은 보통 어머님들께서 좋아해 주시는데, 이번 작품은 신기하게도 1020세대 젊은 분들이 많이 봤다고 하시더라”라며 “실제로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도 ‘언니 잘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꽃길만 걸어요’가 유일한 낙이었다는 내용의 편지도 받았다”며 감동받은 사연을 말하며 미소지었다.

젊은층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막장요소가 없는 청정 드라마인 점을 꼽았다. “온가족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던 드라마였던 게 통하지 않았나 싶다. 또 강여원-봉천동(설정환 분), 황수지(정유민 분)-김지훈(심지호 분) 주연 커플 뿐 아니라, 남이남(나인우 분)-강여주(김이경 분), 남일남(조희봉 분)-짠티짱(홍지희 분) 조연 커플들의 에피소드들도 다양해서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었던 거 같다.”

최윤소

드라마 초반부터 호평을 얻은 건 아니었다. 시댁식구들에 시달리면서도 착하기만한 강여원이 캔디형 여주로 ‘고구마 캐릭터’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시청자 반응을 많이 찾아봤다. 촬영을 마치고 씻고 누워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일이 그날 방송 댓글을 보는 거다”라고 운을 뗀 최윤소는 “초반에 악플이 많이 달리던 때가 있었다. ‘현실에 저런 며느리가 어디있냐’, ‘조선시대냐’, ‘답답하다’ 등의 내용이었다. 제가 여원이를 잘못 표현하고 있나 유독 흔들리더라”라고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 이 모든게 마지막 장면에서 해소된 것 같다. 여원은 꼰닙을 시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친정엄마처럼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다”라고 설명했다. “꼰닙도 마지막회에서 여원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늘 ‘애미야’라고 하다가 처음으로 ‘여원아’라고 불러주신다. 모든 응어리가 풀어지는 장면이다”라고 말하며 뭉클했던 당시 심경을 이야기한 그는 “그동안 여원에 대해 답답한 부분 있으셨다면 이 장면에서 다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꽃길만 걸어요’가 8개월을 달려온 이유이자 메시지인 거 같다”고 말했다.

2010년 KBS2 ‘웃어라 동해야’로 데뷔한 최윤소는 SBS ‘시크릿가든’의 현빈 동생 역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SBS ‘무사 백동수’,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MBC ‘그대 없인 못살아’, tvN ‘두번째 스무살’, KBS2 ‘이름없는 여자’, JTBC ‘품위있는 그녀’ 등에 출연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온 최윤소지만 사실 마땅한 대표작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최윤소도 공감하며 “연기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그만큼 이뤄낸게 없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꽃길만 걸어요’는 자신있게 ‘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최윤소에게 ‘꽃길만 걸어요’는 간절해서 더 소중한 작품이었다. “제겐 지난 10년이 흙길까진 아니지만 ‘빗길’ 정도는 됐던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떤 최윤소는 “작품을 하지 않고 있을 땐 고민도 많이 됐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있어서 ‘꽃길만 걸어요’와 함께한 8개월은 ‘진하게’ 보낸 거 같다”고 말했다.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기억이 안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그는 “이 순간이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른다는 간절함을 잘 안다. 10년 만에 처음 맡은 주연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라고 이야기했다.

‘꽃길만 걸어요’를 통해 이제 배우로서 꽃길도 열렸다. 최윤소는 “저도 여원이처럼 대단한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스타를 바라는 것도, 화려함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그냥 TV에 나와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게 배우로서 ‘꽃길’이 아닐까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빅피처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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