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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왼쪽)이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던 시절에 함께하고 있는 차두리.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차두리(40)는 어느덧 오산고 감독이 돼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해당 사진은 연도가 정확하진 않지만 차범근이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시기인 1980년대 후반으로 무렵으로 추정된다. 차두리가 입고 있는 옷은 레버쿠젠 유니폼이다. 차두리 역시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인 2002 한·일월드컵 직후 레버쿠젠에 입단하게 된다.

고려대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차두리는 대표팀에도 발탁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아버지라는 그림자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차두리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다. 차범근은 유럽 무대에서 통산 121골을 넣었다. 이는 손흥민이 지난해 11월에서야 경신했을 정도로 견고한 기록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표팀 최다 출전(136경기)과 최다 골(58골) 기록도 갖고 있다.

아버지만큼의 기록과 영광은 아니었지만 차두리는 선수 생활 대부분을 독일 무대에서 보냈다. 대표팀에서도 76경기를 소화했고 2015년 3월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14년간의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하프타임 때 은퇴식이 거행됐는데 아버지 차범근 품에 안겨 흘린 눈물은 그가 그동안 홀로 짊어졌을 무게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또 지난 19일(한국시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인터뷰를 통해 직접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차두리는 “가끔 아버지가 미웠다. 그가 이룬 업적은 내게는 큰 벽과 같았다”고 언급하면서 “축구 선수로서 아버지는 목표였고, 아버지처럼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선수 생활 내내 그를 따라다녔던 아버지 차범근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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