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티 드라마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화제의 드라마 세 편이 연이어 시대착오적인 연출로 논란에 휩싸이며 흥행 가도에 ‘옥에티’를 남기게 됐다.

지난 17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첫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극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이 출발과 동시에 문제가 터졌다. 대한제국 최초의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 분)의 첫 등장 장면에서였다. 구서령은 보안검색대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라고 대꾸한다. 방송 직후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총리 캐릭터의 입을 빌린 이같은 대사는 권력을 가진 여성을 ‘젠더’의 틀에 가둘뿐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일고 있는 ‘탈코르셋·노브라 운동’도 무색할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는 것.

여기에 ‘왜색 논란’까지 겹쳤다. ‘더 킹’ 인트로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대한제국의 옛 모습에서 일본 사원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자 제작사 측은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든 것으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계속되고 있다. 제작진은 해당 이미지를 수정하고 이미 방송된 부분도 재방송, VOD 서비스 등은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더 킹’이 방영되고 다음 날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와 KBS2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 두 편도 ‘성인지 감수성’ 부족의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먼저 ‘부부의 세계’는 폭력 피해를 당하는 여성을 가해자 시점에서 마치 오락거리처럼 소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집에 홀로 있던 지선우(김희애 분)는 유리창을 깨고 집에 침입한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 이태오(박해준 분)의 비겁함을 드러내기 위해 삽입된 장면이었지만, 문제는 가해자 시점에서 촬영된 연출이었다. 목을 조르고 내동댕이쳐지는 지선우의 모습이 마치 VR(가상현실) 게임처럼 1인칭 시점에서 표현돼 15세 시청가에 맞지 않는 잔혹한 장면이었다는 비난을 샀다. 현재 해당 장면을 문제 삼는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기된 상태다.

‘한다다’는 유흥업소를 연상케하는 접객 행위를 여과없이 방송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술집을 그만두고 김밥 가게를 연 강초연(이정은 분), 이주리(김소라 분), 김가연(송다은 분)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남성 손님들을 응대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은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까지 호객 대상으로 등장해 더욱 공분을 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여줘 불쾌했다”는 반응이 줄이었다. 특히 가족단위 시청자들이 많은 공영방송 주말극에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불편함을 드리게 돼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조금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옥에티 드라마2

‘더 킹’, ‘부부의 세계’, ‘한다다’의 이같은 논란은 모두 낡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논란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무엇보다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가 뜨겁고, 최근 ‘n번방 성착취 사건’ 등으로 잘못된 성의식에서 비롯된 사회문제로 떠들썩한 가운데 이러한 시대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한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이번 논란이 더욱 아쉬운 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트렌드에 앞선 드라마”라는 평을 얻고 있는 작품들에서 어김없이 구태의연한 논란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불륜과 이혼 소재의 편견을 깬 ‘부부의 세계’와 ‘한다다’는 각각 방송 한달 만에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 3주 만에 30%에 육박하는 시청률 성적을 내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고, 스타작가 김은숙과 이민호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더 킹’은 평행세계라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관심을 모으며 방영 첫주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순항을 알린 상태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최근 화제작들에서 유사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젠더, 인격 등의 감수성에 대해 드라마가 지닌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성 상품화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제작진들의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SBS, KBS2,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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