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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현장 설치·AS 담당 직원들에게 창피주기에 더해 일명 ‘꺾기’를 강요하며 영업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엔지니어인 현장 설치·AS 담당 직원들에게 영업교육과 함께 엄청난 영업실적 압박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원들의 이름과 직책을 호명하며 창피를 주는 것은 물론 불공정행위인 일명 ‘꺾기’(타부서 영업 건을 빼앗아 오는 것)까지 강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T와 달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설치·AS 직원들에게 영업을 강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도를 넘은 KT의 과도한 영업방식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 KT, 설치·AS 직원에 ‘꺾기’ 강요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한 지역의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100번 것을 꺾어라. 가릴 것 없으니 꺾기라도 해서 가로채라”고 강요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녹음돼 있었다. 이 관리자가 말한 ‘100번 것을 꺾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KT 설치·AS 직원 A씨는 “100번은 가입자가 고장신고를 하거나 설치 요청을 할 때 전화하는 고객센터 번호다. 이곳으로 접수된 것은 지인이나 아는 대리점을 통한 것이 아니다보니 100번으로 접수된 건을 뺏으라는 의미다.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상담사의 실적인데 그것을 가로채라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꺾기라니. KT가 10년 전에나 있을법한 영업방식을 쓰고 있다. 자칫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KT는 영업실적을 토대로 전국 각 지역의 설치·AS 지점이나 센터의 순위를 매기고 지점이나 센터에선 직원들의 개인별 순위를 정해 실적압박은 물론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면서 영업 압박을 하고 있다. A씨는 “현장기사들에게 신규 영업 등 실적을 강요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개인별 순위를 매겨 나중에 진급고과 등에 반영하는데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를 비교해 창피를 주면서 영업의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게 KT의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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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올해 4월 KT 서비스 일부 지역의 지사별 영업실적률.

◇ 영업이 ‘우선’, 품질관리는 ‘뒷전’…주객전도

KT가 현장 설치직원에 영업압박의 수위를 높이다보면 품질관리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KT가 오전 교육시간에 기술과 관련된 교육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영업 교육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장 설치직원에 대한 교육 대부분이 영업에 대한 내용이다. 전국 지점들의 순위와 달성율 등이 포함된 자료를 보여주며 압박을 한다. 또 개인 면담을 통해 실적압박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작 기술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품질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관리가 우선되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KT를 찾을 것인데 단기적인 시각으로 영업만 강요하다 보면 결국 KT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 SKB와 LG유플러스 현장직원 “영업압박 덜 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영업압박은 KT의 설치·AS 직원들만의 이야기일까. 이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KT가 자회사 KT 서비스를 통해 현장 설치·AS 업무를 진행하는 것과 같이 SK브로드밴드도 자회사 ‘홈 앤 서비스’에서 해당업무를 처리한다. 홈 앤 서비스 직원 B씨는 “영업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영업은 대부분 영업직에서 한다. 다만 영업실적이 좋으면 영업우수자 포상 등을 한다. 타부서 영업 건을 빼앗아오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출범한 ‘U+홈서비스’에서 이 같은 설치·AS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U+홈서비스 설치기사 C씨는 “가끔 고객 집을 방문했을 때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긴 한다. 이것도 일종의 영업이겠지만 회사에서 개인 실적 순위를 매겨가면서 영업압박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의 한 내부 직원은 “KT도 과거엔 AS개통 직원들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협력업체, 자회사에 업무를 떠넘기면서 영업까지 맡긴 것”이라고

지적했다.kmg@sportsseoul.co

영상ㅣ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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