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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하이바이마마’ 출처|tvN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배우들과 함께 흘렸던 눈물이 무색한 결말이었다.

배우 김태희, 이규형, 고보결의 열연이 돋보였던 tvN 토일극 ‘하이바이마마(이하 하바마)’가 19일 막을 내린 가운데, 아쉬움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결말에 시청자들의 한숨이 쏟아졌다.

이날 마지막회는 어찌 보면 처음부터 예정된 결론을 향해 달려갔다.

임신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차유리(김태희 분)는 신의 장난인지 축복인지 모를 환생으로 품에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던 딸 서우를 만났고, 인사도 없이 떠났던 남편, 가족들, 친구들과 눈물로 해후한다.

대단히 새로울 것 없는 설정이었지만 ‘하바마’는 삶 만큼이나 익숙했던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치들을 스토리 속에 영리하게 녹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졸지에 두 아내의 틈에 끼게 된 조강화(이규형 분)와 갑자기 아내와 엄마 자리를 내놓게 될 위기에 처한 오민정(고보결 분) 등 차유리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끝내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차유리는 ‘49일 안에 네 자리를 찾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미 자신이 세상에 없는 5년간 새로운 가정을 꾸린 강화와 민정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는 꿈을 감히 꾸지 못한다. 차유리의 눈물 나는 상황들이 연이어지며 ‘신파’에 가까운 눈물은 쏟아졌지만 스토리는 미궁으로 빠져들어갔다.

설상가상 유리와 민정이 친구로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어렵게 환생한 유리가 한번쯤 진짜 사람이 되거나 진짜 서우의 엄마로 나설 기회도 점점 요원해졌다.

19일 마지막회에서도 유리의 선택은 변함 없었다.

미동댁(윤사봉 분)이 “네 자리 찾으면 살 수 있다. 그런데 네 딸은 평생 귀신을 봐야한다”는 말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포기한다.

강화 역시 “나 살자고 서우가 귀신 보게 할 수 없다. 예전에 서우 냉장고에 갇혔던 거 기억하지?”라는 유리의 말에 유리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되살아난 딸의 죽음에 그 누구보다 충격과 슬픔이 클 유리 가족의 이야기는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 다만 매일 딸이 다시 떠나는 꿈을 꾸는 엄마 전은숙(김미경 분)만이 어렴풋이 딸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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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하이바이마마’ 출처|tvN

서우가 귀신을 보며 사는 것과 유리가 목숨을 되찾는 것이 과연 같은 무게의 일인지 납득할 수 없는데다 처음부터 예측가능했던 결론을 제2, 제3의 반전으로 끌어가지 못한 전개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방영 내내 가장 가여운 자기자신의 상황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감정에 더 많이 아파했던 유리는 마지막까지 딸을 위해 희생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첫번째 죽음 보다 더 시간을 들여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차이이기는 했다.

하지만 유리가 죽음을 선택하는 설정이 너무 안일하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네티즌들은 “하이바이마마 모두 보지않길 바라며” “내 인생 최고 감정소모 오졌던 드라마” “안 본 눈 사요. 이걸 끝까지 본 나를 칭찬한다, 진짜”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번 드라마는 배우 김태희, 이규형, 고보결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는 작은 성과를 거뒀다.

데뷔 이래 늘 외모에 비해 연기력은 저평가 받아왔던 김태희는 ‘하바마’에서 절절한 모성애를 진하게 그려내면서 호평받았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은 김태희는 실제 엄마가 된 뒤 한층 풍성해진 감정들을 연기에 잘 녹여내며 극을 이끌었다.

전작 ‘비밀의 숲’ ‘라이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극과 코믹연기를 오가는 강점을 보여온 이규형은 이번 드라마에서 멜로 드라마 남주로서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주연급의 존재감을 뽐냈다.

‘도깨비’ ‘아스달 연대기’에 출연했던 고보결 역시 차가우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넘치는 오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재평가 받았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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