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삼성
2010년 4월에 가장 빛났던 김광현은 그해 KBO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나는 순간 마운드 위에서 환희를 느꼈다. 김광현(왼쪽), 박경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4월은 전통적으로 야구의 계절이다. 겨우내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통해 훈련 과정을 최종 점검하고 4월이 되면 구름관중 앞에서 마음껏 뽐내기를 시작하는 게 일상이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일상이 망가졌다. 야구에 굶주린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4월의 사나이’들도 김이 샐 수밖에 없는 2020년이다.

2000년대 후반, 정확하게는 2010년대로 접어든 이후 4월에 승수 쌓기 드라이브를 건 팀들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빈도가 높았다. 10개구단 체제로 확대된 2015년부터는 4월 최다승 팀이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김성근 고문은 SK 지휘봉을 잡고 2007년과 2008년 통합우승을 따낸 뒤 “시즌 초반부터 빠르게 승수를 쌓아두는 게 장기레이스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 5월 중순부터 짜임새를 갖춰 여름 레이스에 치고 올라서는 건 옛날 얘기”라고 비결을 공개했다.

카도쿠라 켄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은 2010년 4월에만 5승을 따내며 ‘벌떼 마운드’ 완성에 힘을 보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스포츠서울 DB)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고, 프로 1, 2군 전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주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 개막부터 최상의 전력으로 승수를 쌓아둬야 부상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공교롭게도 SK가 첫 번째 왕조시절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2010년 주축 선수들의 기록이 여전히 최근 10년간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벌떼 마운드’로 리그를 호령했던 SK는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 켄이 4월 한 달간 5승을 따내 2010년 이후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쉐인 유먼(2014년)과 두산에서 뛴 더스틴 니퍼트(2016년), 조쉬 린드블럼(2019년)도 5승을 따내 ‘4월의 사나이’에 이름을 올렸다. ‘대투수’ 양현종(KIA)도 2017년 4월 한 달 간 5승을 쓸어담은 뒤 시즌 20승 고지와 팀 통합우승 영광을 동시에 차지했다.

최정과포옹하는김광현[포토]
SK 마지막투수 김광현이 12일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말 등판해 마지막타자 박건우 등 세타자를 처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후 포수 허도환 등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SK 에이스였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2010년 4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0.29로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다. LG 헨리 소사(0.51, 2018년) 타일러 윌슨(0.53, 2019년)이 0점대 평균자책점을 썼지만 김광현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SK는 2009년 한국시리즈 패권을 KIA에 내준 뒤 11월부터 시범경기 종료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매진해 그야말로 독기가 바짝 올라있는 상태였다. 당시 3월 3전승을 따낸 뒤 4월에 치른 23경기에서 18승(5패)을 쓸어 담아 독주채비를 갖췄고, 당시로는 구단 창단 후 한 시즌 최다인 84승을 거머쥐며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타고투저 시대로 접어든 뒤에는 ‘소년장사’ 최정(33)이 빛났다. 최정은 2017년과 2018년 4월 한 달간 홈런 12방을 쏘아 올려 2010년대 이후 4월 최다 홈런기록을 썼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에릭 테임즈(NC, 이상 2015년), 루이스 히메네스(LG, 2017년) 등이 9방을 때려내기도 했지만 최정에는 미치지 못했다.

풍성한 얘깃거리를 남긴 ‘4월의 야구 이야기’가 올해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무관중 등 우울한 소식들로 남게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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