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우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로서 재능이 없어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제 노력과 절실함이 부족했구나 깨달았죠.”

배우 이해우(33)가 오랜만에 시청자를 찾아왔다. 최근 종영한 KBS2 일일극 ‘우아한 모녀’에서 캐리 정(최명길 분)의 양자이자 한유진(차예련 분)의 호적상 남동생 데니 정을 연기한 이해우는 “극중 가장 강인한 캐릭터다. 내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끝까지 잃지 않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닮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매사에 듬직하고 자상한 성격의 데니 정은 오랜기간 한유진을 짝사랑하며 그의 곁을 지키는 순정남 면모를 지녔다. 차예련에 대해 “가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았다”고 말한 이해우는 “겉모습은 차가워 보였는데 진짜 친남매처럼 편하고 잘 챙겨주셨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다”며 웃었다. 실제로도 순애보적인 측면이 비슷하냐는 물음엔 “순정남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만나면 연애를 오래하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극중 모자 호흡을 맞춘 최명길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6개월간 항상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는 그는 “제가 20대 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다. 그래서 그런지 명길 선배님과 연기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저희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고 더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늘 잘 할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드라마에 늦게 합류했다는 이해우는 “더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촬영하며 체중도 10kg 빠졌다. 술도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맞추려 애썼다”며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매주 숙제하는 느낌으로 모니터링을 열심히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해우는 어느덧 데뷔 13년차이지만 아직 대중에겐 배우로선 낯선 얼굴이다. 지난 2007년 MBC ‘이산’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황금물고기’ ‘무신’ ‘구암 허준’, KBS2 ‘빅맨’ ‘장미빛 연인들’을 비롯해 영화 ‘퍼펙트 게임’ ‘러브 투모로우’ ‘다우더’ 등에 출연했다. 특히 2009년 KBS2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구혜선 분)를 궁지에 빠뜨리는 악역으로 등장해 팔의 전갈문신 때문에 일명 ‘전갈남’으로 불리며 얼굴을 알렸다.

이해우

‘꽃보다 남자’ 출연 후 연예기획사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이해우는 “당시엔 연기에 대한 남다른 각오도, 생각도 없었고 그런 반응들이 감사한 줄도 몰랐다. 그래서 들뜨지도 않았다”며 2015년 첫 주연을 맡았던 KBS2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가 배우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주연만 맡으면 막연하게 다 잘 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서고 나니 내게 쌓여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 내실이 없고 보여주기 위한 연기만 해왔구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온 이해우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광고회사에서 사무직으로 1년 정도 일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재미도 느꼈지만, 결국 연기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고. “스스로 연기를 관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망간 거였다. 다시 기회가 오니 잡고 싶었다. 연극도 하고 단편영화들에 계속 출연하며 연기를 놓지 못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해우를 다시 이끌어준 건 ‘우아한 모녀’ 어수선 감독이었다. “‘그래도 푸르른 날에’로 인연을 맺은 후 매작품마다 연락을 주셨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사하게도 세 번이나 러브콜을 보내주셨고 극적으로 촬영 5일 전에 합류했다. 저를 배우로서 다시 시작하게 해주신 은인같은 분이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말했다.

이해우는 ‘우아한 모녀’로 무려 5년 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어렵게 돌아온 길인만큼 각오도 열정도 남다르다. “지금의 저는 과거보다 진정성이 더 생기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는 ‘겉멋’만 들어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생각했다면 이젠 시청자, 관객들과 소통하고 진심으로 다가갈 준비가 되어있다”라며 “끈기도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이 생겼다.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해우는 최근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활동 예고하며 연기자로서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이제부턴 저만 잘하면 될 거 같다. 너무 많이 쉬었다”며 웃은 이해우는 “올해는 영화든 드라마든 기회 되는 대로 많이 찾아뵐 계획이다”라며 그간 펼치지 못했던 연기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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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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