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_고척
키움 윤정현. 고척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저도 사람인데 지금도 조급하죠.”

2018년 신인드래프트는 해외파들이 대거 참여해 여느 해보다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국가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청에서 KBO리그 데뷔를 준비하던 투수 이대은(31·KT), 수비만큼은 미국 메이저리그(ML)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던 내야수 이학주(30·삼성) 등 유턴파 중에서도 이미 이름이 알려진 굵직한 선수들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전체 1, 2순위에서 보듯 높은 기대를 받고 입성한 둘은 첫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연착륙했다. 이대은은 팀의 마무리를 꿰찼고, 이학주도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이 트라이아웃에는 투수 윤정현(27)도 있었다. 참가 자원 중 유일한 좌완이었던 그는 전체 4순위로 키움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까진 최대어들과 비슷했지만 시즌 들어 희비가 엇갈렸다. 튼튼한 투수진을 자랑하는 키움 1군 마운드는 기회조차 얻기 버거운 땅이었다. 체력소모가 큰 여름 지친 투수들이 나온 덕분에 6월에야 처음 등판했고, 7월 2경기를 더 나선 후 다시 엔트리에서 빠졌다. 첫해 1군 기록은 3경기 평균자책점 9.00(2이닝 2실점)이 전부였다.

동국대 1학년 재학 중 볼티모어와 계약해 ML 도전에 나섰던 그는 싱글A를 끝으로 미국 생활을 접었다. 한국에 돌아와 현역 입대 후 제대일에 전투복을 입고 참석했던 트라이아웃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았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첫 시즌을 준비했지만, 간절함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프로 세계다. 윤정현은 “우리 1군 투수들이 정말 잘한다. 동기부여도 되지만 스트레스도 받는다. 자리가 없어 힘들었다”며 “지난해 첫 시즌이라 조급했다. 사실 지금도 조급하다. 나도 사람이지 않나. 학주 형이나 대은이 형은 자리 잡았는데 나도 빨리 자리 잡고 싶다”고 고백했다.

올시즌 윤정현의 목표는 여전히 ‘생존’이다. 그는 “난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선수”라며 제 위치를 평가한 후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잘하는 선수가 살아남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내가 2군에서 잘했어도 결국 1군만큼 잘하지 못했다는 거니 할 말이 없다. 올해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비장의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이다.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연마하기 시작한 투심이 이제 타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윤정현은 “(이)정후도 배트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 투심을 던질 때마다 타자들이 반응하는 게 보인다.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며 다가오는 개막을 기대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기사추천